요즘 미래소년 코난 DVD를 한장한장 꺼내 감상하고 있다. 일본어로 감상을 하다가 도무지 라나의 콧소리 가득한 고음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국어더빙으로 바꾸어 듣고 있는데 이게 훨씬 낫다. 다만 반드시 한글자막을 같이 보아야한다. 별 지장은 없지만 한국어 더빙은 약간은 순화되어 있어서 조금은 속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말이다. 포비의 이름이 지무시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몬스키가 몬스리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새끼돼지를 포비는 '맛있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뭐 중요하진 않다. 세세한 느낌의 차이라고나할까.

어릴적에 코난을 무지 좋아했고, 잘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금 찬찬히 보고 있자니 이거 내가 기억하고 있던 코난과는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코난이 이토록 강렬한 로맨스를 구사하고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거의 매화마다 펼쳐지는 코난과 라나의 사랑은 아무것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이상적인 착한 사랑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저런 사랑은 그냥 '모범'이라는 딱지를 붙여놓고 박물관에 모셔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

라퓨타의 시타와 파즈도 그랬지만, 코난과 라나의 이야기를 보고 콧잔등이 시큰둥해지는 것은 그 애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믿어 주기 때문이다. 별거아닌 것처럼 생각되지만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한순간도 의심치 않는 인물들이 얼마나 있었던가. 사실은 없는 것들. 이상적인 사회 속에 아무 불만 없이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람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줄창 등장하는 이상적인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없기 때문에 동화가 될 수 밖에 없지만, 반대로 없기 때문에 동경하게 되기도 한다. 믿어주는 것 만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도 없고 말이다. 인더스트리아의 몬스키가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모든 구세대와 세상을 증오하게 되었지만, 결국 코난의 믿음에 마음을 움직이듯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은 결국 사람을 믿어준다는 것!

슈퍼맨보다 더 강한 코난은 어떤 상황에서도 라나를 구출하기 위해서 달려간다. 맨손으로 철벽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강철 유리창을 머리로 깨부수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얻어터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총알에 맞기도 한다. 그럼에도 매번 라나를 구출하기 위해서는 단1초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 코난은 진정 너무 멋진 남자다. 거기에 라나 또한 코난을 위해 속치마를 찢어서 상처를 싸매주고 자기 숨도 다해가는데 물속에서 코난의 입에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여친이 아니던가. 누가 뭐래도 미래소년 코난은 최강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