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국내 개봉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서를 용산 CGV에서 벅찬 가슴으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10여년 전에 B자 비디오로 구해서 수십번을 반복해서 본 에반게리온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감동이네요. 낯익은 대사와 장면들이 스크린에 떠오를때마다 눈물이...ㅜㅜ

2. 엄청 향상된 작화 퀄리티와 음향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주요 캐릭터들의 대사들은 거의 변한것이 없고 원작과 동일하게 설정이 되었지만, 사도 폭발시 흘러내리는 피(완전 압권!)나 죽으면서 그들이 내뱉는 절규는 완전 업그레이드 되었더군요. 특히 신극장판 서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다섯번째 사도인 라미엘을 제거하는 야시마 작전 부분은 진짜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다이아몬드 형태로 심심하게 생긴 라미엘이 이렇게도 멋지게 변화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기도하고 양전자포가 빗나갔을때와 라미엘이 폭발할 때의 절규는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이런것은 스크린으로 보지 않으면 그 감동의 절반, 아니 1/4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겝니다.

3. 안노 히데아키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변화된 가치관에 따라 아마 조금더 밝아진 에반게리온을 만날 수 있을거라 했었는데 인류가 죽어나가는 우울한 세계관은 그대로지만 신지의 행동이 약간은 변했네요. 알려진대로 신지가 조금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장면이 추가 되었는데, 신지가 이렇게 변해버리니 왠지 에반게리온이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냄새가 나더군요. 에반게리온의 묘미는 바로 소통이 불가능한 덜떨어진 캐릭터들이 있는대로 고생을 다하고 결국 죽음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것인데 야시마 작전에서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탄 후 네르프 사람들이라든가 국민들이 정전이 된 대피소에서 신지를 응원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슈퍼맨 같은 마초영웅 판타지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더군요. 물론 그래도 신지가 제로기의 엔트리 플러그를 강제로 열고 레이가 웃어주는 그 부분의 감동은 여전합니다. '웃어주면 돼'는 거죠.

4. 관람풍경은 매우 훈훈했습니다. 12세 관람가라 시끄러운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에반게리온 매니아로 추정되는 분들이 80% 이상이더군요. 커플로 오신 분들은 거의 대부분 남자분이 여자분을 데리고 오셨더군요.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난뒤 남자분들은 모두 여자분들에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런거야'라고 친절히 설명을 하며 에반게리온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역력했습니다. 하핫. 훈훈한 장면이죠. 게다가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미사토의 '서비스 서비스~' 예고편을 듣기 위해 모두들 자리를 뜨지 않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한 커플이 통로에 서서 화면을 가리고 있으니까 '안보이니까 비켜요~'라고 큰 소리를 지르던 남성분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다음편인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파의 예고편은 반드시 감상해야 하는거죠. ^^

5. 아~ 이제 다음편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오늘은 사다놓고 아직 시작을 못한 제로기 프라를 조립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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