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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1편이 스크린을 통해서 현실로 나온 악마가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는 영화였기에 데몬스 2편에서 TV를 통해 악마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르겠다. TV를 통해서 무언가 나온다던가 TV로 사람이 기어들어간다거나 TV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버린다던가하는 영화들이야 그 이전부터 존재했겠지만, TV에서 순수하게 사람의 모습을 한 악마가 직접 브라운관을 뚫고 나오는 영화는 데몬스2가 최초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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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는 호러영화의 장면과 실제 극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비슷해지면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면 2편은 말 그대로 TV에서 악마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청자를 인지하고 화면밖으로 걸어나온다. 악마가 TV화면을 통해서 나와 학살한다는 설정자체가 TV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해악을 은유(그래서 이 영화의 끝은 TV안에서 포효하는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브라운관을 부셔버리는 것으로 끝난다)하기도 하지만, 그런 설정들이 멀리 나가진 않는다. 악마들이 모두 죽고, 빠져나온 빌딩에서 키스를 하고 돌연(!) 끝나버리는 해피엔딩스러운 결말은 열릴 소지가 있던 이야기를 닫아버린다. 악마가 빠져나오던 그 TV 프로는 이 빌딩에서만 수신되는 것이었나? 어쩌면 옆건물에 있던 방송국에서 1편에서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티켓을 나누어주었던 것처럼, 제한된 전파만 쏘았을지는 모를일이다. 영화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데몬스는 보통 좀비영화라고 인식이 되는데 엄밀히 말해 좀비 영화는 아니다. 피해자가 전염되어 쉽게 가해자가 된다는 설정이 좀비와 비슷할 뿐이지 데몬스에 등장하는 것들은 인간의 외피를 쓴 진짜 악마들이다. 그래서 이 좀비스러운 시체들은 최종적으로 껍질(피부)를 뒤집어까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인간의 모습을 변형해서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창조하는 것(크로넨버그의 영화들이 얼마나 끔찍한가)보다 순수한 크리쳐를 공포스럽게 그리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일 터인데, 데몬스 1, 2편 모두 그런 한계를 드러낸다. 1편에서는 피부를 찢고 나오는 악마, 2편에서는 꼬마의 피부를 찢고 나오는 그렘린 비슷한 악마는 그 웃음소리만큼이나 너무 귀엽다. 그럴듯하게 느껴지던 악마의 포효는 이 장면에서 모여라 꿈동산으로 급반전한다고할까. 그에 비해 강아지를 뚫고 나오는 악마는, 정확히는 뚫고 나오다가 말기때문에 멋스럽다. 꼬마 아이와 강아지를 뚫고 나오는 악마라니 람베르토 바바도 이 시절에는 참 악동이었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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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로버트 춤이라도 춰야될 것 같은 예스러운 음악도 좋고, 배우들의 과도한 오버액션도 촌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영화. 무엇보다 손톱과 이빨이 빠지면서 악마로 변신하는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언제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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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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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아르젠토의 영화 필모그라피 중 가장 첫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에서 12살의 그녀는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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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이 슬로우모션으로 뛰쳐나오면서 후면에 푸른 불빛의 후광을 넣은 것이 데몬스의 인장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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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로만 보아오다 DVD로 돌려보니 확실히 화질이 끝내주는구나.

제목: 데몬스2 (Demons 2, 1986)
감독: 람베르토 바바

배우: 코랄리나 카탈디 타소니, 데이빗 어윈 나이트, 낸시 브릴리, 아시아 아르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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