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레인을 생각할 때마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가 아니라 토니 스콧의 영화였다고 가끔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이 영화가 토니 스콧의 말끔하고 약간은 냉랭한 분위기를 풍겨서이기도 하고, 단순히 전작인 블레이드 러너의 배경이 왜색이 짙은 차이나타운 분위기여서 일수도 있고.


미국 형사인 마이클 더글라스가 일본 경찰청의 알력을 이겨내고 마구잡이로 밀어붙여 야쿠자를 검거한다는 영화의 내용은 일본 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일본 야쿠자 보스의 미국 혐오의 원인(B29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고 폐허가 된 도시에 흙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미국을 전쟁의 원흉으로 생각하여 증오)도 개운치가 않기에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을 보는 시점과 일본의 전쟁 피해자 시점이 대치하여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 외에도 일본의 세공 기술로 대표되는 야쿠자의 위조지폐 동판,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 중심 주의와 일본의 집단 중심 주의 등의 대비를 이루어 의도했던 안했던 간에 정치적인 키워드가 많이 들어가 있는 영화지만, 블랙 레인은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

마이클 더글라스가 쓸쓸하면서도 터프한 음악을 배경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후카시 확~ 풍기는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마츠다 유사쿠(마츠다 류헤이의 아버지)의 소름끼치는 야쿠자 연기와 살해 명장면에 길이 남을 앤디 가르시아의 주차장 장면 등등 명장면이 속출하고 이와 어우러지는 한스 짐머의 음악이 정말 끝내준다. 일본인 형사가(다카쿠라 켄) 미국인 형사의 뚝심에 감복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정의를 행한다는 내용이 너무 단선적이라서 낯 뜨거워지기도하지만, 마지막에 유사쿠 마츠다를 데리고 경찰서로 들어오는 장면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제목: 블랙레인 (Black rain, 1989)
감독: 리들리 스콧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 앤디 가르시아, 유사쿠 마츠다, 다카쿠라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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