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섬머아일 섬에서 '로완 모리슨'이라는 13세의 소녀가 실종되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고 하위 경사가 이를 조사하기 위해 섬으로 간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하위는 이교도의 문화가 지배하는 폐쇄적인 섬의 생활을 보고 질겁을 한다. 마을 사람들이 사라진 소녀를 풍작 기원을 위한 의식의 제물로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로완을 찾아나선다.

로빈 하디 감독의 유명한 컬트영화 위커맨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물질들이 상충하여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기괴한 에너지로 가득찬 영화다. 하위 경사가 믿는 금욕주의적 성격의 기독교와 섬을 지배하는 (난교에 가까운) 자유로운 성문화와 인신 공양등의 원시적인 교리를 가진 고대 신앙이 부딪히고, 초록의 녹음이 펼쳐진 목가적인 풍광과 그 안을 배회하는 벌거벗거나 가면 쓴 인물들의 이미지가 상충한다. 경사가 믿는 과학과 감기 걸려 목이 아픈 아이에게 개구리를 빨아먹게 하고 처녀 생식을 위해 어린 소녀들을 모닥불로 위로 뛰게하는 미신이 충돌한다. 시종일관 진지하고 우울한 경사와 매사가 축제인듯 느긋한 마을 사람들도 대비된다.

게다가 영화의 장르 조차 서로 맞지 않아 튄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사유지의 고립된 섬으로 경찰이 들어온다는 미스테리 범죄 영화와 공포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출발하지만 심심할만하면 노래하는 등장인물은 이 영화를 뮤지컬로까지 보이게끔 만든다. 또한 이 노래가 굉장히 서정적인 가락으로 되어 있는데 반해, 가사가 매우 음란하여 보는 이를 당혹케 한다. 그러니까 위커맨은 영화의 장르로 부터 등장인물, 음악, 이미지 등 모든 것이 대비되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긴장감을 획득하는 기기묘묘한 영화다. 특별한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쉽게 몰입하게 하는 힘도 강한 영화이기도 하고. 하여간 멋진 영화다.

덧붙여.
-. 위커맨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는 쉽게 재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름 반전도 포함하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특이하거나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고 분위기 자체가 힘이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2006년에 리메이크된 영화는 어쩌면 망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리메이크작을 보진 않았지만 원작을 본 사람들이 리메이크를 환영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 크리스토퍼 리는 귀족적이고 매우 잘 생겼음에도 머리만 살짝 헝클어 놓아도 왠지 광기가 철철 끓어넘친다. 카리스마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새삼 느끼게 된다.

-. 요즘 SK 브로드밴드 TV를 보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영화들이 VOD 목록에 있어서 깜짝 놀라게 될 때가 많다. 위커맨이, 그것도 73년작이 있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브로드밴드 TV를 보고 계시다면 이 영화는 한번쯤 감상해줘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제목: 위커맨 (The wicker man, 1973)
감독: 로빈 하디
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 크리스토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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