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놀러갔다가 동유럽의 인신매매 집단에 납치된 딸을 구해내는 아버지의 이야기인 테이큰은 단순하고 과격하고 시원하다. 범죄조직과 이미 결탁되어 있는 정부조직은 믿을 수 없으며 오직 자신의 능력 하나만으로 인신매매 집단과 맞서야 한다. 게다가 96시간이 지나면 딸의 행방은 알 수가 없기에 시한 폭탄을 안고 딸을 구해내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 수록 딸의 몸이 망가질 가망성은 높아지고 범죄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납치된 여인들이 마약에 취해 성에 유린되는 광경을 목격함에 따라 자비심은 점점 줄어든다. 딸을 잃어버린 부모의 절박함만큼 더 심한 절망감이 또 있을까. 리암 니슨이 연기하는 아버지는 몸이 터지도록 뛰어다니고 일 밀리미터의 간극도 없는 절박함과 분노로 발생한 무자비함으로 무장한다. 딸의 납치에 관여한 어떤 인물들에게도 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조직적인 집단에 대해 개인이 뿜어내는 분노와 단죄의 쾌감은 대단하다. 한마디로 속이 시원하다.

그러나 속시원한 쾌감과는 반대로 영화를 보고 있자면 평범한 아버지들의 패배감이 느껴진다. 영화속에서 딸을 구해내는 아버지는 특수요원이며 무술의 달인에 도청, 협박, 고문, 조작 등에 능통한 비범한 능력자다. 이 슈퍼맨 같은 능력자도 겨우겨우 가까스로 딸을 구해낼 수 있었다. 평범한 아버지라면 딸의 생사 여부는 물론이고 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체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같이 납치된 딸의 친구는 납치된지 4일도 지나지 않아 마약에 절어 죽어있지 않았는가. 리암 니슨에게 당하는 범죄자에게 구원이 없듯 그러한 능력자 아버지가 없으면 납치된 여인들에게도 구원은 없는 것이다. 테이큰의 쾌감 뒤에는 그런 현실에 대한 커다란 열패감이 숨어있다.

덧붙여.
-. 뤽베송이 각본에 참여한 또다른 영화인 키스 오브 드래곤도 비슷한 쾌감을 제공해서 좋아한다. 언제나 사람좋은 얼굴로 느긋하던 이연결이 수류탄을 먹이고 허리를 두동강 내버리는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시원시원했다. 케이블에서 방영하면 할 때마다 또 보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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