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그녀의 남자친구 로져, 그녀의 옛 룸메이트 베티. 여행을 가는 도중 로져가 베티에게 관심을 갖자 버지니아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수도원으로 향하는데, 하필 이 수도원에 500년간 잠들어있던 눈먼 좀비들이 깨어나고 버지니아를 잡아먹는다. (정확히는 그녀의 피를 빨아먹는다) 로져와 베티는 그녀를 찾아나서고, 둘 모두 좀비 기사단에 쫓기게 되고 마지막에 베티가 좀비 기사단에게서 도망치며 기차에 올라타는데, 이 기차에 좀비들이 올라타서 수도원 지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좀비가 뻗어나간다는 묵시록적인 결말을 맞는다.

죠지 로메로가 196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발표한 이후에 전세계에서 좀비 영화들이 양산되기 시작함에 따라 스페인에서도 자국의 신화를 이용해서 좀비시리즈를 만드데 1971년에 발표된 아만도 데 오소리오 감독의  4편의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가 그것이다.  국내에는 무덤의 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눈먼 좀비 기사단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중세시대에 악마주의를 신봉하는 기사단이 있었다. 이 기사단은 마을의 젊은 여자를 잡아다가 여자들의 피를 마시는 의식을 통해 영생을 누리고자 했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기사단을 불태워 죽였는데 행여 이들이 죽음의 길에서 현세로 넘어오는 길을 찾을까봐 눈을 지져버렸다. 그래서 눈먼 좀비로 되살아났다.

이 시리즈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좀비들과 같이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된다는 전염병의 특징을 차용하고 있지만 (매 편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 오소리오의 좀비들은 눈이 멀었고, 심장소리를 통해서 희생자를 쫓는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또한 그들은 죽음의 이유가 된 불을 무서워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불은 피해자들이 좀비기사단으로부터 도망치는 방편이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을 타고 달린다. 세트가 아닌 야외 고성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좀비의 슬로우 모션은 별다른 특수효과가 없음에도 굉장한 박력을 느끼게 하고, 이것이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무덤의 사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tombs of the blind dead는 오래전 영화라 세월의 촌스러움은 있지만, 좀비 영화팬이라면 한번쯤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덧붙여.
-. 이 시리즈의 2편을 아주 어린 시절 (10살 정도로 기억하는데) '악령의 소생'이라는 제목의 삐짜 비디오로 감상한 적이 있다. 시작부터 여성의 사지를 묶어놓고 가슴에 칼을 꽂아넣고 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부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편은 좀비에게 쫓겨 한정된 공간에 갇힌 인간들이 저마다의 이기심으로 서로를 배반하고 탈출하는 등의 조금은 더 좀비 영화의 공식에 맞춰져 있다.

-. 미국에서 무덤의 사자들은 혹성의 복수 (Revenge from planet of the ape)라는 제목의 버젼으로 공개가 되었는데, 이는 68년 발표된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의 성공에 묻어가려는 속셈이었다. 좀비와 혹성탈출이라는 상관관계 없는 두 영화의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 이 버젼에는 프롤로그가 삽입되어 있다고 한다. 3000년전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던 유인원 문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행성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과 전쟁을 벌인다. 전쟁 결과 인간이 승리하고, 인간들은 포로가 된 유인원들의 눈을 뽑아 꼬챙이에 꽂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학살한다. 유인원의 우두머리는 인간들의 잔혹함에 복수하기 위해 죽음으로부터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맹세를 하고 죽는데, 이것이 그들이 눈먼 좀비로 되살아난 이유이다. 블루언더그라운드 버젼의 dvd에 실려있는 프롤로그를 첨부한다.



제목: 무덤의 사자들 (Tombs of the blind dead, 1971)
감독: 아만도 데 오소리오
배우: 론 플레밍, 세자르 부르너, 마리아 엘레나 아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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