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트 러쉬는 일종의 가족 판타지 영화다. 부모에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소년, 그리고 하룻밤의 사랑으로 관계가 끝나버린(사랑이 끝난것이 아니라) 남녀가 각자의 음악에 이끌려 뉴욕이라는 거대한 인간시장의 한점에서 만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우연에 기대지 않는 사건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이 영화는 내러티브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어거스트 러쉬는 자신의 지향점을 잘 알고 있고 그러므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똑똑히 알고 있다. 무식한 판타지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영화의 간극은 한스 짐머와 마크 맨시니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꽉꽉 채워져 있으며 지루하다고 느껴질만한 클래식 연주는 편집을 통해 rock 음악과 퓨전을 이룬다.


소년이 처음 접했던 도시의 소음들이 그 자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음악이 되어가는 과정은 자토이치같은 영화에서도 보여주었던 것이었고 신선할 것도 없지만, 마음을 울리는 음악은 이성을 초월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법. 어거스트 러쉬는 그런 좀 우습지만, 똑똑한 영화다.

천재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어거스트 러쉬에게 기타 선율을 처음으로 들려주었던 흑인소녀는 그의 천재성에 감동을 받았겠지만, 어쩌면 그를 만난 이후의 음악은 그 이전보다는 즐겁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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