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oR-movie

[마스터즈 오브 호러 Ep.8] 담배자국 (Cigarette burns, 2005)-영화보기의 은밀하고 아찔한 매력

ssita 2006. 3. 6. 10:20



영화 프로그래머인 커비는 영화수집광인 밸린저의 요청으로 거금을 받고 한스 백코빅이 감독한 '세상의 절대적인 종말 (Le Fin Absolute Du Monde)'이라는 영화를 찾아나선다. 시체스 영화제에서 단 한번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이 서로 죽이는 유혈사태가 발생하여 스페인 정부가 폐기처분 했다고 알려진 작품. 그 후로도 이 작품을 접한 평론가는 폐인이 됐고, 촬영감독은 눈이 멀었으며 감독도 끝내 자살을 했다는 영화를 둘러싼 소문만 무성하고 실제 본 사람은 거의 없는 이 작품에 한걸음씩 다가갈수록 커비는 알 수없는 붉은 원(담배자국-Cigarette burns film reel의 교체 시간을 알리기 위해 reel의 오른쪽 상단 끝에 표시하는 동그란 원 모양을 의미)의 환상을 보게 되고 점점 피칠갑의 영화속으로 빠져든다.

존 카펜터가 감독한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의 여덟번째 에피소드인 'Cigarette burns (담배자국)'은 영화의 악의적인 영향력과 개인의 경험치에 의존한 영화 해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호기심과 컴플렉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관객은 어두운 극장에 앉아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수많은 상상을 한다. 극단적인 감정에 치우치길 원하는 관객들은 도에 지나친 장면들을 원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영화들은 임계점을 넘어서진 않는다. 따라서 대개의 영화는 '안전'하다. 하지만 '세상의 절대적인 종말'이라는 영화는 그 임계점을 넘어서 인간의 신경을 갉아먹고 일순간에 삶을 파괴하는 힘이 있다. 한스 백코빅 감독의 말을 인용하자면 '영화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이 어떤 악의적인 가치관을 심으려고 영화에 그런 의미들을 곳곳에 숨겨놓았다면 관객은 아마도 이를 철저히 경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는 개개인은 모두 각자의 인생과 경험에 비추어 영화를 보게 된다. 그래서 어떤 영화들은 관객의 나이에 따라서 다르게 읽혀지기도 하고, 지식 혹은 상황에 따라서도 색다른 영화로 변모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담배자국은 현실과 영화를 연결하는 통로, 그러니까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래서 Cigarette burns는 보고 있는 관객에게 영화 속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여 스스로의 영화를 만들도록 한다.

밸린저는 마지막에 '세상의 절대적인 종말'은 본편이 아니라 예고편이라고 말한다. 바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잠자고 있던 어두운 과거와 컴플렉스를 현실에 펼쳐 놓기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하는 예고편이다. 당연한 진리이지만, 영화는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에서 자라남으로 인간 그 자체 보다 더 잔혹 할 수 없고 인간을 초월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 자체가 영화가 된다는 영화의 설정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

커비는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아버지는 죽은 딸에 대한 비정상적인 사랑이, 자극적인 희귀영화 수집가인 밸린저는 그 자신의 신체가 영화가 된다. 마지막에 밸린저가 기어이 자신의 창자를 꺼집어내고 영사기에 걸어 진정한 '고어'영화를 만드는 부분에 이르면 전율이 일어날 정도다
.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이 여덟번째 에피소드는 masters of horror 시리즈 중에 단연 최고다.

제목: 마스터즈 오브 호러 Ep.8 - 담배자국 (Cigarette burns, 2005)
감독: 존 카펜터

배우: 노만 리더스, 우도 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