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을 찾아가는 것도 좋고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영향력도 좋고 다 좋은데,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폭력 중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혹은 기운이 빠지게 만드는 것은 동구가 선생님에게 무턱대고 고백하는 그런 장면이다. 동구는 농담하는 친구에게 '나는 뭐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거야'라고 날을 바짝 세우고 핀잔을 주지만, 그 자신도 남에게 무언가 고백할 때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스스로는 타인에게 이해받길 혹은 그냥 그대로 있음을 용인해주길 원하면서도 그 자신도 자신의 정체성 자체가 타인에게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은 왜 생각지 못하는 걸까? 일본어 선생님 초난강의 대처가 옳지는 않을지언정 그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 나중에 행동을 잘못 했다고 후회를 할지는 몰라도 말이다. 어쩌면 누가 누구를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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