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10점
이종호 외 8인 지음/황금가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이 '두번째 방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찾아왔다.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백이십오번째 방문정도까지는 계속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첫권의 미덕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들어오거나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소재로 채택했다는 점이었다. 뉴스에서 줄기차게 읊어대는 많은 고질병들을 이곳저곳 메스를 들이대고 끄집어내서 내/외부에 자리하고 있는 요소들을 잘 뽑아내었다고나할까. 그래서 한국공포문학단편선에서 '한국'이라는 고유명사가 유독 빛을 발했다.

이번 두번째 방문에는 9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몇몇 편은 전권의 기대를 만족시키기도 하지만, 몇몇 편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드는 결말을 짓고 있다. 전체적으로 재미는 보장하지만, 마지막을 읽었을 때 '그래서 어쨌다는거지?'라는 의문이 고개를 쳐드는 작품들도 있다.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끝난다던가-내가 이해를 못한건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 뭔가 더 있을 법한데 결말을 짓고 있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제일 재미있게 본 것은 김종일의 '벽', 김준영의 '통증', 안영준의 '레드크리스마스'였다. 김종일의 벽은 층간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한 부부가 히스테리를 일으켜 가정이 파탄나고 심지어 개인까지 소멸(!)해 버리는데 이야기인데 층간소음으로 인해 살인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잘 풍자하고 있고 그 속에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잘 묘사하고 있다. 사실 층간소음이라는 것은 유난스러운 사람들이 원인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1차적으로는 부실공사탓이다. 건물을 그렇게 지어놨으니 살고 있는 사람이 고통받을 수 밖에. 그래서 김종일의 '벽'이 보여주는 결말은 꽤나 의미심장하고 멋지다.

김준영의 통증. 어느날 치통을 느껴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유치가 자라나고 있다는 말을 한다. 사랑니가 아닌 새로운 치아가 잇몸을 뚫고 돋아나기 시작한 주인공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치아 뿐 아니라 손가락, 발가락까지 증식하게 된다. 혀가 갈라지고 온 몸의 기관들이 두배로 증식하는 신체적 변이의 묘사는 이 단편선집 중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강렬한 재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주인공이 겪는 신체변화의 고통이 무엇에서 기인하는가에 관해서는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안영준의 레드크리스마스.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워진 부자아파트와 빈곤아파트. 부자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은 빈곤아파트의 불쌍한 아이를 괴롭히고 집 잃은 개를 목 매달아 죽이고, 노인들에게 욕을 하고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한 노인이 이에 분개하여 아이들을 처단하는데 아이들을 처단하는 방법이 매우 마음에 든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의 악의를 가질 순 있겠지만, 보통 그들은 후천적으로 둘러싸인 세계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간다. 우리 시대의 잔인한 부모들은 자식을 악인으로 키워나가는지도 모른다. 가난한 자들에게는 언제나 마음 뿐만 아니라 몸이 더욱 시린 눈내리는 추운 겨울의 크리스마스에 죄인들을 쓸어버리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속이 후련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 외에 히이하이킹을 통한 납치/감금,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인체실험, 미국사회에서의 인종차별 등 일상속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고 대체로 만족스럽다. 단편선 전체의 분위기는 19금의 영향 때문에 조금 얌전해진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역시 이번 '한국공포문학 단편선 - 두번째 방문'도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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