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문학과지성사 |
어릴적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다니엘은 어느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이른 새벽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단 한권의 책만을 고를 수 있고 자기가 고른 책과 이 묘지에 관해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작가가 쓴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고르게 되고 이제부터 그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2001년에 출간된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 지은 '바람의 그림자'는 수많은 액자 구성을 가지고 있는 전쟁서사극이자 기묘한 사건을 둘러싼 추리극이며 소년의 지독한 성장통을 담은 성장소설이자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공포소설이며 그것을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으로 연출하는 괴담집이고 재치가 넘치는 유머로 포장된 사랑의 잠언집이고 영상에 의해 버림받는 소설의 읽는 즐거움을 되찾으려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악마와 실재로 조우하게 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카락스의 과거를 파헤치게 된다. 그러다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그의 책을 불태우는 화상입은 남자가 카락스 소설의 인물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도중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인 페르민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스페인의 이름난 악질살인마인 푸메로 경위에게 또다른 위협을 받게 된다. 그리고 카락스를 둘러싼 비밀이 사실은 자신의 주변인물들과 연결이 되어 있음을 알게되고 그것이 스페인의 전쟁을 통해서 흥망하던 사람과 인물들의 가족사와 연애사가 서서히 밝혀진다. 결국 이 소설은 다니엘이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된 소년의 모험인데 이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독자를 포함시켜 쓴 액자구조로 보여주어 '읽음'의 즐거움을 온 낱말을 통해서 보여준다. 정말로 말끔한 문체로 인물들을 묘사하고 사건을 서술하는 문장들 하나하나의 비유는 예술에 가깝고 페르민을 입을 통해서 펼쳐지는 연애와 사랑에 대한 성찰은 그것자체로 명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온통 상실감으로 뒤덮여 있다. 과거에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더러운 거리에서 싸늘한 시체로 부패하여 발견된 천재작가의 과거의 사랑과 시작도 못해본 소년의 사랑 그리고 앞으로 이루지 못할 사랑이 전쟁과 혼돈의 사회에서 발작적으로 벌어지는 폭력의 이름인 푸메로라는 인물에 의해 짓밟혀 버린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준비못한 상태에서 다가오고 미처 깨닫기 전에 떠나가기에 이야기속의 폭력과 죽음은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결론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려 아쉽긴 하지만-개인적으로 이 점이 매우 안타깝~- 책을 읽어나가면서 다 읽기가 아쉬워서 일부러 천천히 읽어나간 것은 정말정말 오랜만이지 싶다. 제목도 너무나 멋진 '바람의 그림자'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절대 초강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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