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 10점
김종일 지음/황금가지
제3회 황금 드래곤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김종일님의 공포 소설 '몸'은 독자가 소설 속의 인물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도입부분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다 읽을 때쯤 이런 설정은 이 책의 최대 단점이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나 강박관념, 죄의식 혹은 트라우마가 극단적인 이미지로 확대되어 고어를 동반한 살인이나 과도한 신체변형으로 발전되는 이야기 방식은 이토준지의 공포만화와 대단히 비슷하고, 소설이 그리고 있는 이와 같은 비쥬얼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을 자아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만족할만한 훌륭한 마무리를 지어준다.

작가가 책을 쓰면서 이 책을 읽을 독자들한테서 날아올 질타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썼는지 본문에 '사실 이런 상황은 어떠어떠한 영화나 소설에서 보았던 것 같다'라는 문장을 여러곳에 써놓고 있는데, 이게 매우 소심해 보이고 거슬린다. 어떤 영화나 소설에서 모티브나 이미지를 따왔더라도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기 때문에 그게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오히려 미리 변명하듯이 설명해 놓으니 무척 구차하게 들린다. 좀 더 떳떳해도 될 듯한데 말이다. 더욱이 이런 식의 변명은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을 아우르는 큰 축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여 정말로 변명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취하고 있는 이중삼중의 액자구조는 너무 많아 조잡하게 느껴지고 스스로 밝히듯 여타 호러영화와 소설에서 많은 요소를 차용했으면 소설의 내용이 현실이 됐을 때가 가장 끔찍하다는 "매드니스"의 차용을 빗겨가기 위해 최소한 그걸 벗어날만한 뛰어난 이야기를 마지막에 배치했어야 하지만, 결국 그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정말 커다란 단점은 주인공이 결국 죽게되는 이유가 남의 이야기를 훔쳐서라는 것과 동일선상에 놓여있고 이런 차용을 작가 스스로 단죄하고 있으므로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게 꿈이었고 다시 소설의 처음으로 회귀하는 에필로그는 없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세상에 꿈이었다니...

그리고 상황을 묘사함에 있어 반복되는 단어의 사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버거움을 느끼게 한다. 소설의 에피소드의 한편, 한편이 다시 소설이 되는 구조상 앞의 상황을 그대로 가져와서 같은 문장이 다르게 받아들여 지는 것은 좋았는데도 너무 남발된 '기시감'이라는 단어와 '나의 뇌의 일부분을 도려내고 싶었다' 등의 동일반복은 아무래도 그와 같은 구조 때문이라는 설명은 어려워 보인다.
 
황금드래곤 문학상의 당선이유에 대해 이 책의 장편으로서의 서사 구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이 책이 놓치고 있는 결정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단편 각각의 에피소드는 재미도 있고 훌륭하지만 이를 아우르는 결말 부분은 억지로 조각을 짜맞추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작가가 쓴 공포소설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배경이 흔히 주변에서 보던 곳이어서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대전에서 상경하는 버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던가, 오뎅에 떡볶이를 먹는 주인공들, 군대에서 실연당한 과거 등등의 배경이 친숙한 곳이어서 더 반가웠다. 이거야 뭐, 내가 국내소설을 너무 안 읽어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소설이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현실의 어두운 면을 소재로 삼아 자라나고 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현실성을 더하여 새롭게 다가온다. 그만큼 더 몰입하기도 쉽고.

감상을 쓰고 보니, 너무 단점들만 두드러진것 같은데 다시 한번 밝히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는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펑하고 사람의 머리가 터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다가왔던 '귀'가 특히 재미있었다. 인터넷에서 굉장한 인기작가라고 하는데 신인 작가인 김종일 작가님이 앞으로 더 좋고 참신한 소설들을 많이 써주셨으면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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