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인 메멘토 모리는 질풍노도 사춘기 소녀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여학생들은 특유의 질투심과 패거리 문화를 통해서 두려움을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한다. 왕따를 시켰던 친구의 자살로 인해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자살한 친구가 나를 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죄책감은 공포의 감정으로 전염되고 전염된 감정은 실체 없는 공포에 대한 집단 패닉 상태로 발전한다.

공포스러운 상황보다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과 십대 사춘기 소녀들의 일상을 디테일하게 파고드는 영화이므로 공포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싸고 죽은 소녀와 별다른 관계가 없었을 인물들까지도 불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은 공포라면 또 공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공포영화에서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인 유령을 보여주기도 하니까.

여고괴담 2편은 어쨋건 연애영화이기도 하다. 학교까지 찾아오는 빚쟁이에 시달려 고달프고, 또래 집단에 비해 조숙했던 왕따 소녀가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나 사랑을 하고 집착을 하고 파멸해 가는 슬픈 연애영화다. 죽은 소녀와 사귀었던 소녀가 있고, 그녀들이 공유했던 교환일기를 훔쳐봄으로써 또다른 사랑을 키워가는 소녀가 있고, 죽은 소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선생님이 있고, 그 선생님을 사랑하는 소녀가 있다. 영화는 그 모든 사건들을 소녀가 자살하기 전과 후의 시간을 서로 교차시켜 잊혀져가는 사랑을 추억하듯이 보여준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지독한 사랑이야기도 마음에 들지만,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다루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귀신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개인이 만들어낸 불안함과 두려움이다. 괴담이라는 것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가 만들어낸 공포의 산물이 아니던가. 이 영화속에서 소녀가 죽은 후 교실에 새가 날아들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갑자기 코피를 흘리기도 하고, 수업중 분필이 계속 부러지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이유없이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운동 도중 다리를 다치기도 하고, 화장실의 수돗물이 일시적으로 나오지 않기도 하고, 화장실 문이 세게 닫히기도 한다. 가끔은 뒤에 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들은 모두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죽은 소녀가 일으킨 것일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품는다. 왜냐하면 그 소녀는 왕따 였으니까. 자신들이 그녀를 소외시켰으니까. 따라서 소녀가 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있었을 수도 있는 이런 상황들은 일부 인물들의 죄책감으로 인해 마치 일련의 사건들이 죽은 소녀의 저주가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게 하고 결국 괴담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괴담은 순식간에 공포로 퍼져나가고 학교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이처럼 여고괴담2편은 사춘기 소녀들의 질풍노도의 불안정한 심리를 세세하게 표현해 낸다.

공포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해 보면 여고괴담2편은 시리즈 중에서 만듦새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김태용, 민규동 감독이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운 마음도 좀 들고.

덧붙여.
-. 여고괴담2의 DVD는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 뽀대도 좋고 내용물도 만족스럽다. 다양한 부가영상도 그렇지만 186분의 오리지널 촬영본이 같이 실려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98분의 본편과 비교하여 보면 감독들이 디테일한 일상 표현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엔딩 버젼도 촬영되어 있고, 박예진과 이영진이 함께 목욕하는 장면도 나온다. 노출은 없다. 촬영때 그녀들은 정말 10대였으니까. 아쉽다.

-. 여고괴담 2편을 세번 정도 보았으니 본 횟수로만 따진다면 2편이 가장 많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1편이지만 2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증거.

제목: 여고괴담2: 메멘토 모리 (1999)
감독: 김태용, 민규동
배우: 박예진, 이영진, 김민선,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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