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에서 초반에 살인마가 등장하는 방법은 오컬트 영화들처럼 정적이다. 엑소시스트에서는 악마가 등장하는 장면은 관객이 지금 내가 본 것이 악마인 것이 맞아?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빠르게 지나간다. 다음 유사한 장면을 반복시키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베아트리체가 연기한 살인마는 어둠속에서 등장한다. 도어스코프로 본 모습도 어둡게 처리하였고, 창문 바깥에서 집안을 쳐다보는 모습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사라가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살인마를 촬영하지만, 희미한 심령사진처럼 나타난다. 집안에 들어와 사라의 뒤에 서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유령의 모습이다. 이렇게 유령처럼 묘사된 외부의 적은 후반부에는 급기야 집안의 차단기를 내려 내부도 어둠에 둘러싸이게 함으로써 긴장감을 유지한다. 힘이 다소 약한 여성 살인마 캐릭터는 어둠속에서 날렵하게 등장해서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개연성을 갖는다. 이 영화는 이렇게 어둠을 이용해 느릿하지만 날카로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감독의 연출도 좋았지만, 한때 모든 카페의 벽면을 수놓았던 베티블루의 베아트리체 달의 살인마 연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마흔 중반에 접어들어 생생한 잔인함을 선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검은집이 프랑스에서 리메이크가 된다면 사치코 역할은 베아트리체 달!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작금의 세상은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나 힘들다.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생물학적인 이유로 아이들이 죽어나갔다면 요즘 세상에서는 사람에 의해서 아이들이 죽어나간다. 사라가 품는 불안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초반의 아이가 입을 뚫고 나오는 장면)과 힘있는 남성이 없이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키워야하는 불안(이 영화의 배경인 집 밖은 이민자들의 분쟁으로 소요중이다.)감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은 외부에서 내부로 침입해 들어온 살인마로 인해 시각적인 공포로 탈바꿈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결국 아이를 낳는 것과 키우는 것에 대한 고통과 불안을 표현한 영화다.
몇몇 장면은 없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경찰이 다시 일어나는 장면이라든가) 피를 폭포수처럼 뿌려주고 젖가락으로 쑤셔주고 가위로 찔러주고 썰어주고, 불로 지저주고, 총으로 박살내는데다가 긴장감까지 최고인 영화는 오랜만에 만난다. 창의적인 고어장면은 없었지만 보여주는 솜씨는 발군이다. 2003년의 데드엔드와 엑스텐션에 이어 2007년의 인사이드까지. 그간의 프랑스 공포영화의 경향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덧붙여.
-. 수위를 보아하니 국내에서 개봉을 기다리는 것은 부질없는 것 같고, 올해 부천 영화제를 기대해 봐야겠다. 부산영화제와 유럽영화제를 통해 두번이나 영화제 상영이 됐으니 그것도 요원하려나.
-. 2009년 개봉예정인 클라이브 바커의 '헬레이저' 리메이크작을 인사이드의 두 감독이 맡았다고하니 기대해볼만하다.
제목: 인사이드 (À l'intérieur, 2007)
감독: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앙 모리
배우: 베아트리체 달, 알리슨 파라디스
감독: 알렉상드르 뷔스티요, 줄리앙 모리
배우: 베아트리체 달, 알리슨 파라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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