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을 만나기 위해 감옥을 탈출하는 단테는 무시무시한 로트와일러에 쫓기게 된다. 무적의 강철 이빨을 가지고 있는 이 무자비한 개는 그의 체취가 묻어있는 것이라면 동물이건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찢어놓는다. 어떤 벽이 있어도 뚫어버리고 때려도 쓰러지지 않고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이 좀비러스한 개와 단테는 지독한 추격전을 벌인다.

전형적인 추격전으로 시작하는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터미네이터 독의 초반 분위기는 제법 훌륭하다. 쫓기는자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한 음악도 일품이고 무자비한 로트와일러와 단테의 지옥같은 추격전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기억을 잃어버린 단테가 연인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며 사건의 진상을 미스테리 형식으로 조금씩 풀어나가는 것도 만족스럽고 웃음을 동반하지 않도록 적절히 감추며 보여주는 피칠갑의 장면들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아스트랄의 극치를 달리며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괴작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결국 터미네이터 독은 진지하게 시작해서 B급 유머의 극한을 보여주며 끝장을 내는 영화이다.

두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영화에 판의 미로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은 둥글둥글하며 선고운 귀여움과 섹시함을 선보였던 이바나 바쿠에로가 나온다는 것. 어린 것이 어쩜 저렇게 다양한 분위기가 묻어나는지 신기할 지경. 또하나는 콘티를 활용하여 애니메이션처럼 처리한 영화의 오프닝이 상당히 멋지다. 추격하는 개의 시점으로 탈옥수를 쫓는 이 오프닝은 브라이언 유즈나의 영화중 아마 가장 멋진 오프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가 어찌되었건 브라이언 유즈나는 진화하지는 않을지언정 아직도 무언가 새로운 시도는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제목: 터미네이터 독 (Rottweiler, 2004)
감독: 브라이언 유즈나
배우: 윌리엄 밀러, 폴리나 갈베즈, 이바나 바쿠에로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