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Record? 2008. 9. 16. 19:36


친척들이 많지 않은 우리집의 특성상 명절이 되어도 그다지 시끌벅적하지 않다. 형제가 많아서 형제들끼리 아웅다웅 하는 정도? 그러니까 명절이나 형제들이 모인 간만의 주말이나 큰 차이는 없다. 그저 날짜가 명절일 뿐이고 반찬으로 동그랑땡 따위가 얹혀 있는 걸 빼면 말이다. 물론 집안 마나님들의 수고로움도 뺄 수 없고. 이러거나 저러거나 다른 사람의 집에 가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의 집에 방문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가족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거나 술을 한잔 하거나 할 때 저기 저 속에 S가 끼어있으면 어떤 분위기가 날까 항상 생각해 보았다. 어색하진 않을까 혹시 그녀가 얼어서 한마디도 못하지 않을까 혹은 집에서는 유독 무뚝뚝한 나로 인해 그녀 맘을 상하게하진 않을까 혹은 그녀를 챙겨준다고 살갑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무뚝뚝한 녀석이 그녀에게만 잘 해준다고 S가 괜히 밉보이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스러움도 생겨나고, 이러거나 저러거나 거기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애절함도 생겨나고.

가족들끼리 모인 약간은 시끌벅적하고 오붓한 모임에 발을 들여놓은 S는 나의 생각을 훌쩍 뛰어넘어 왜 이제서야 거기에 앉았냐라고 묻고 싶을만큼 잘 어울렸다. 누나들과 조곤조곤 얘기하는 모습도 이뻐보이고 누나들이 맘에 들어하는 그 모습이 좋고, 밝고 예쁘게 웃는 모습이 이뻐보이고 그런 모습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좋고. 많이 부담스러웠을텐데 불쑥 꺼낸 나의 한마디에 너의 일상으로 기꺼이 초대받아주마라고 얘기해주는 모습도 좋고 고맙고 그런 명절이 이번 추석이었다.

일상과 일상이 충돌하는 만남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의 초대에 응해준 것도 감사하고 나를 초대해 준 것도 감사한다. 좋아하는 만큼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어제 그녀의 입술이 긴장으로 바짝바짝 마르던 것 만큼 그리고 내 사랑의 크기만큼 난 지금 아주 용기가 충만한 것 같다.

'Recor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은임  (4) 2008.09.19
선선한 밤.  (8) 2008.08.27
또 주말잡담.  (6) 2008.08.25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