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잣!

Record? 2008. 11. 26. 19:36

-. 고용이 얼어붙은 지금같은 시대에 바쁘게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14시간/일'씩 근무를 하다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끝이 보일것 같아 한달넘게 달려오다 보니 몸이 얼마나 피곤한지도 잊은것 같다. 95% 정도선에서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온갖 변수를 조합해서 가까스로 98% 정도까지 끌어올렸다. 먹고 자고 싸고 마시는 것 만큼이나 앎과 깨달음에 대한 쾌감은 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지적 쾌감을 느끼기에 회사의 일정은 만만하지도 또 그것을 즐길 수 있을만큼 놔두지도 않는다. 그저 달려가라고 등을 떠밀 따름이다. 가끔 한숨을 고르고 있으면 무섭게 채찍을 들어올린다. 힘들지?하며 건네는 상사의 한잔 술이 당근이 아닌 채찍처럼 느껴져 '그래 힘들다 이자식아'라고 쏟아버리고 싶은 요즘이다. 그러니까 조금 힘들다는 얘기.

-.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까라고 누구나 느끼겠지만, '역지사지'라는 초등학생도 알만한 사자성어를 기억한다면 세상이 조금은 아름다워 질거라고 굳게 믿고 사는 나이다. 사람을 대하기가 어려운 것은 모두 동일한 정도의 예의와 비슷한 정도의 배려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나한테 그렇게 밖에 못하냐 똥통같은 새끼야'라고 쏘아주기 전에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일은 이해가 된다. 물론 그런 역지사지는 쌍방향이어야겠다. 혼자하는 역지사지는 짝사랑만큼이나 사람을 더욱 고단하게 만든다. 그러니 제발 모두들 입장바꿔 생각해 보아요.

-. 캐치온에서 '미스트'가 종종 방영해서 어제 또 꼴딱 끝까지 보고 말았다. 미스트는 보이지 않는다는 상황만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간단히 신념을 잃고 무너지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감은 커지고 불안감은 공포로 바뀌고 인간은 무너진다. 그리고 그 공포심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욕/권력을 챙기는 인물들이 나타난다. 미스트에 등장하는 크리쳐는 그러므로 인간이 가진 불안과 공포의 상징이 된다. 그리고 크리쳐는 말그대로 인간을 집어삼킨다. 멋있는 영화다. 미스트에 등장하는 크리쳐의 존재는 눈먼자들의 도시에서도 나타난다. 그것이 실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 보이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아비규환의 지옥. 그 지옥도는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내면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을 바탕으로 촘촘하게 얽혀 있는 매트릭스로서 말이다. 그러나 미스트는 멋진 영화지만, 눈 뜬자의 심리변화가 제로라고 해도 될만큼 생략된 눈먼자들의 도시는 지루한 영화였다. 맥락없이 튀어나온 애꾸 노인의 나레이션은 또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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