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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브릿지


레인보우 브릿지를 비롯하여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불빛들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오다이바의 야경은 권태기의 커플도 뜨겁게 불타오르게하고 사랑이 뽀롱뽀롱 솟아날큼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 한켠에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유령의 집이 마련되어 있다. 공포영화라면 사족을 못쓰는 나이기에 도쿄덱스비치 건물의 4층에 마련된 다이잇쵸메 상점가의 '다이바괴기학교'는 천국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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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잇쵸메를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처형당한 인형. 오~ 이건뭐야~. 그러면서 사진기를 찰칵거리는데 옆에 보니 출구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입구가 있다는 얘긴데 왼쪽으로 돌아보니 과연 매표소와 입구가 있다. 귀신집(오바케야시키)이라는 얘기에 무조건 표를 끊고 설명을 들어보니 내용은 이렇단다.

2학년 1반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해 교실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후 이 아이들의 유령이 나타나 폐교된 학교가 있다. 교실을 떠도는 아이들의 영혼을 성불해주기 위해 부적위에 관람자의 이름을 적은 뒤 그 종이를 출구 쪽의 책상위에 붙이고 나오면 성공하는 것이다. 직원의 말로는 대다수의 관람자들-열명중 두명이라고 하는데 두명도 거짓말 같다.-이 종이를 붙이지 못하고 손에 들고 나온다고 겁을 주는데 '흥!'이라며 콧방귀를 뀌고 들어갔다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종이를 손에 들고 나왔다. -_-; 게다가 떨어뜨릴만한 물건은 모두 가방에 넣으라고 하길래 '칫!'하면서 못이기는척 넣었는데 이거 안 넣었으면 카메라고 뭐고 다 떨어뜨릴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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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바괴기학교는 입구부터 절대 들어가고 싶지 않은 포스를 풍긴다. 문을 여는 순간 학교 안에 진짜 빛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발을 떼기가 쉽지가 않다. 들고가라며 준 랜턴의 빛은 나오는둥 마는둥 너무 희미해서 그녀석을 비추어도 어슴프레 윤곽이 보일 뿐이다. 블레어위치를 상상하면 될 듯. 그리고 일단 들어가면 입구로는 절대로 돌아나올 수 없기 때문에 더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다. 큰소리 빵빵 쳐놓고 막상 문을 열어보니 한방에 쫄아서 여친에게 '잠깐 출입문 좀 열어봐' 해놓고 '정말 들어갈 수 있겠어?'라고 했더니 그렇단다. 아~ 사실은 내가 정말 무서웠는데...

일단 컴컴한 교실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온갖 상상력이 발휘된다. 설명해준 직원이 천장에 뭔가가 돌아다니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천장도 신경쓰이고 밑에 밟히는 비닐봉투에 담겨 있는 신체조각과 벽에 칠해져있는 피를 보고 있노라면 머리카락이 쭈뼛!선다.

전체적인 구성은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귀에대고 '배고파요~~'라고 속삭이고 벽을 탕탕 두드린다거나 하는데 이게 앞이 전혀!보이지 않기 때문에 진짜! 무섭다. 들고 있는 랜턴도 빛이 나올락말락하여 진정한 공포체험을 선사한다. 비교해보자면 주온같은 영화에서 깜짝 놀라는 장면들을 연속해서 직접 체험한다고 할까. 보통 귀신의 집이 인형을 설치해 놓고 한번 휙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사람이 직접 안에서 가발을 들고 눈앞에 들이밀고 귀 바로 옆에 대고 속삭이고 쿵쿵 거리며 뛰어다니는 소리를 듣는 것은 여기 뭔가가 있다라는 공포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걸어다니는 좀비에 비해 뛰어다니는 좀비가 얼마나 스릴이 넘치는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 듯 하다. 말로하자면 좀 유치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전혀 안 보이는 상황에서 무언가 휙 튀어나오기 때문에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더라도 절대로 소리를 지르지 않는 나이지만, 여기서는 정말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식은땀에 절어가지고 출입구를 박차고 뛰쳐나온(말그대로 뛰쳐나왔음) 뒤 직원이 와서 '결국 못 붙였군요~'라고 핀잔을 주는데 그래도 고생했다며 기념촬영을 해준다고 사진기를 달란다. 랜턴은 내가 들고 랜턴에 달린 줄을 여친이 잡고 '자~ 치즈!' 찰칵하는데 귀 옆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난다. 직원이 사진에 뭔가 이상하게 찍힌거 같다며 확인해 보라고 한다. 헉! 내 머리 옆에 찍힌 귀신. 심령사진! 마지막까지 서비스 정신을 잊지 않는 '다이바괴기학교'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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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 다이바괴기학교는 때마다 갖가지 이벤트를 하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다이바괴기학교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5분 정도였던 것 같다. 다음번에는 50분이 걸린다는 세계 최고의 오바케야시키인 후지큐랜드의 전율미궁에 꼭 도전해 봐야지.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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