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우울한 경향이 있다라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가만히 따져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우울해 보이는 것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조금 더 생각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서가 아닐까? 타인보다 우울해지더라도 고민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옳은 일이다. 올해는 책을 몇권이나 읽고, 영화를 몇 편이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번 기록해보자. 많아봤자 뭐, 한달에 두권정도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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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문도스암보스 문도스 - 6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황금가지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에는 모두 괴물이 등장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괴물의 존재는 언제나 그 시대의 어두운 혹은 감추고 싶은 치부와 불안감 등이 표출된 결과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같은 여인들은 그녀들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질투, 보호하고 싶은 모성애과 보호받고 싶은 감정, 사랑을 주고, 받고 싶은 감정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극단으로 치달을 때 나타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 소설의 주인공들은 무자비하고 잔혹하고 엽기적일 정도의 살인을 저지르지만 다른 소설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따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들이다. 대개의 소설에 등장하는 살인범들은 선천적인 잔혹함을 지니거나 아니면 살인을 촉발시키는 우발적인 계기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거나 가정환경등의 요소로 인해 범죄자가 된다. 하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주인공들은 아주 서서히 자신의 잔혹함을 키우게 된다.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본질적으로 여성이 가지고 있는 여린 감정들을 자신을 외부로 부터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렇게 극단으로 치달은 괴물들은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지도 못한다. 단지 매순간순간을 모면하는 방법으로 성장된 괴물이기에 그녀의 소설에서는 유독 발작적인 폭력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녀 소설의 긴장감은 이렇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감정들로 인해 생겨난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괴물이기에 아이러니한 삶의 단면과 그녀들을 튀틀리게 만들어버린 어두운 사회의 이면을 엿보게 만든다.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암보스 문도스는 장편 소설에서와 같은 치밀하다 못해 악마적일 정도의 심리묘사는 별로 없다. 단편집이다보니 이야기가 서투르게 끝난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괴물같은 여인들의 탄생 장면을 둘러보기에는 오히려 적절할 수도 있겠다. 7편의 이야기 중 아웃, 그로테스크, 다크 같은 작품들과 가장 성격이 비슷한 작품은 '식림'이었고, 독자들의 예상을 빗겨가는 여인들의 대화가 압권이었던 '사랑의 섬'이 그녀의 단면을 엿보기에 가장 좋은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딛고 있는 지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지하철 주변에 넘쳐나는 노숙자들은 태생부터 노숙자가 아니다. 그들을 삶의 어두운 면이라고 규정하면 미안한 감이 없지않지만 기리노 나쓰오는 전철역 주변을 오고가는 반듯한 복장의 사람들과 노숙자들은 거대한 벽으로 갈리워진 존재들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매번 같은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단편보다는 그녀의 다음 장편 소설을 얼른 읽고 싶다.


-. 주말에 S와 편의점 옆을 지나는데 '[속보] 로또 이월 당첨금 300억'이라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지갑을 기꺼이 열게만들만한 문구에 나도 모르게 편의점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편의점 현관문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로또 기계 고장'이라는 또하나의 공지. 이런 것도 낚시라면 낚시. 췟.

-. S를 처음 만나던날 기분이 좋았다. 기대하지 않은 커다란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고나할까. 무언가 속에서 꾸물꾸물 변화되는 자신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정신 못차리고 술을 마시다가 가방을 잃어버렸다. -.- 잃어버린 가방 안에는 새로산 4G 메모리카드와 나의 귀를 즐겁게 해주던 D2와 책 읽기를 방해하던 ndsl이 들어있었다. 줏은 놈은 좋겠다. 하지만 가방 안에는 나를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코딱지 만큼도 들어있지 않았으니 나에게 가방을 찾아주고 싶어했을 가방 줏은 놈에겐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가방 안에 꼭 명함을 한장씩 넣어가지고 다닌다. 잃어버린 살림살이는 차근차근 마련해서 DMB가 사라진 D2를 다시 구매하고, 이번에 생일선물로 ndsl을 받았다. ndsl은 어린아이에게만 좋은 선물은 아니다. 일단 젤다부터 시작해 봐야지. 호홋.

-. 예전부터 누나에게 바지에 그림을 하나만 그려주십사하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미대출신의 누나인지라 그림 솜씨하나만큼은 일품이라 핀헤드도 좋고 레더페이스면 더 좋고 프레디면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살살 꼬셔서 결국 그림 하나를 받아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집에 가보니 생뚱맞게 바지에 메텔을 그려놓은 우리 누나. 안 그래도 요즘 은하철도999를 다시 보고 있는데 이런 텔레파시는 어떻게 통하는거야. 뭐 결국 감동이었다는 말씀. 그렇다고 프레디 바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 다음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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