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항상 책을 넣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는 좋다. 그 책이 소설이라면 더욱 좋고. 재테크나 처세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굳이 시간을 쪼개서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공포소설이면 의심할 것도 없이 당신은 분명 믿을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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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동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자신의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의 얘기만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사람은 동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자기 얘기는 들려주지 않고 남의 얘기 혹은 정보만 빼낼려고 하는 것은 상사들이 하는 못된 짓 중 대표적인 것이 아닌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동료들끼리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게 마련이다. 모두 그가 불편하기 때문에 그를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왜 자기만 빼놓고 니들끼리만 모이냐고 투정을 부린다. 내 고민을 정보로만 여기는 너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대놓고 얘기를 해도 '음~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흘려버리고 또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바보야 니 얘기도 가끔 들려줘야 친구가 돼지. 겉만 알고 속은 모르는 사람과는 술 한잔에 고민을 같이 흘려버릴줄 아는 친구과 될 수 없는 법이다.



아케치 고고로, 소년 탐정단, 괴도 이십면상, 명탐정 코난 등은 모두 일본 추리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거나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탄생된 인물이다. 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은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등으로 유명한 에드가 앨런포를 존경해서 만든 필명이다. 작가의 이름이 기존 작가로 부터 파생되었다고 해서 그의 작품이 허접한 것은 아니다. 에드가 앨런 포가 그랬듯 에도가와 란포도 일일이 셀수 없을 만큼 수많은 작품들에 영감을 준 작가이니까 말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려면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 된 작품들의 수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그가 활동하던 20년대부터 영화화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가 등장하는 본격추리 D-언덕의 살인사건, 기괴한 영상을 보여주는 컬트 작가 츠카모토 신야의 쌍생아, 핑크영화 계열로 탈바꿈된 다락방의 산보자 및 인간의자, 일본 뉴웨이브 스타일로 탄생된 미니멀리즘 영화 눈먼짐승, 거울지옥/벌레/화성의 운하 등의 단편을 엮은 아사노 타다노부 주연의 란포지옥, 외딴섬 악마와 파노라마섬 기담을 기본 골격으로 인간의자등의 단편들을 에피소드로 혼합하여 컬트왕 이시이 테루오에 의해 탄생된 공포기형인간 등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영화, TV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에게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력을 끼치며 무수히 많은 2차 생산물들을 만들어 내게 했다.

그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길은 외딴섬 악마와 단편집인 음울한 짐승 단 두편이 전부였다. 본격 추리성향이 강했던 초기작과 그로테스크한 경향이 강했던 후기작의 향취를 이 두편을 통해서 어느 정도 느껴볼 수는 있었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을 경험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존 재팬에서만 검색되는 에도가와 란포 전집의 수가 30권인데 어찌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러던 것이 도서출판 두드림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3권으로 출간되었다. 1, 3권에 이어 중편에 가까운 작품이 실려있는 2권까지 이번에 출간되었다.

추리의 묘미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은 어둠을 통해 자라나는 악마성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연출해 내는 그의 책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 아니 보지 않고 버틸 자신이 없다.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이라고 믿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