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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학에 심취한 레지던트들. 영화 패솔로지는 세심한 관찰과 뛰어난 두뇌로 시체들을 내 가족인것처럼 보살피며 세상에 뿌리박힌 모든 범죄들을 박멸하고자 이를 갈며 밤잠도 잊고 메스와 현미경, 각종 시약에 묻혀사는 그들의 치열한 인생 드라마를 다룬 영화는 아니고 병리학을 공부하는 의사들이 병리학에 너무 심취해 오히려 일종의 살인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게임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룹의 일원이 돌아가며 살인을 저지른다. 시체가 병원으로 실려오고 나머지 인원은 그가 어떻게 죽였는지 완벽하게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시체는 소각한다.

영화 속에서 그들이 살인 행각을 벌이는 이유는 그들의 입을 통해 얘기하듯이 폭력과 파괴 본능은 인간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천성이므로 어떤 사람이건 완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사체를 처리할 수 있고,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만큼 완전범죄를 저지를 자신이 있으므로 그런 바탕 위에 생명을 담보로 지적 유희를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살인을 유희로 벌이는 행위에 대한 비판을 하는 영화는 아니고 그런 영화적 장치들은 자극적인 비쥬얼을 선사하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섹스 장면과 살인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뮤직비디오처럼 보여주는 장면도 많은 편이니까.

그런데 중요한건 이 영화 꽤나 재미가 있다. 병리학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그들의 살인 방법은 교묘하게 그럴듯 해 보이고, 그룹 내부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도 그럴싸하다. 살인의 공범으로 몰기 위해 연기를 하는 동료들도 그렇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영화의 특성상 마지막 결말도 만족스럽다. 초반 외부에서 그룹으로 섞여 들여온 테드가 살인 게임 그룹과 자신의 사생활을 완벽히 분리시켜서 다른 사람인양 행동하는 것도 단순히 자신의 성공을 위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들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생활 속에서 자신의 폭력 본성을 들키는 것이야말로 그 자신의 인생게임에서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끔 케이블에서 별다른 정보없이 만나게 되는 이런 영화들은 밤을 즐겁게 하고, 뜻하지 않게 종종 만나게 되는 알리사 밀라노는 항상 반갑다.

제목: 패솔로지 (Pathology, 2007)
감독: 마크 쇼엘러만
배우: 마일로 벤티밀리아, 마이클 웨스톤, 로렌 리 스미스, 알리사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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