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치 고고로, 소년 탐정단, 괴도 이십면상, 명탐정 코난 등은 모두 일본 추리작가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거나 그의 소설에 영향을 받아 탄생된 인물이다. 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은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등으로 유명한 에드가 앨런포를 존경해서 만든 필명이다. 작가의 이름이 기존 작가로 부터 파생되었다고 해서 그의 작품이 허접한 것은 아니다. 에드가 앨런 포가 그랬듯 에도가와 란포도 일일이 셀수 없을 만큼 수많은 작품들에 영감을 준 작가이니까 말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려면 영화화 혹은 드라마화 된 작품들의 수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은 그가 활동하던 20년대부터 영화화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가 등장하는 본격추리 D-언덕의 살인사건, 기괴한 영상을 보여주는 컬트 작가 츠카모토 신야의 쌍생아, 핑크영화 계열로 탈바꿈된 다락방의 산보자 및 인간의자, 일본 뉴웨이브 스타일로 탄생된 미니멀리즘 영화 눈먼짐승, 거울지옥/벌레/화성의 운하 등의 단편을 엮은 아사노 타다노부 주연의 란포지옥, 외딴섬 악마와 파노라마섬 기담을 기본 골격으로 인간의자등의 단편들을 에피소드로 혼합하여 컬트왕 이시이 테루오에 의해 탄생된 공포기형인간 등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영화, TV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에게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력을 끼치며 무수히 많은 2차 생산물들을 만들어 내게 했다.

그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길은 외딴섬 악마와 단편집인 음울한 짐승 단 두편이 전부였다. 본격 추리성향이 강했던 초기작과 그로테스크한 경향이 강했던 후기작의 향취를 이 두편을 통해서 어느 정도 느껴볼 수는 있었지만 그의 수많은 작품을 경험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었다. 아마존 재팬에서만 검색되는 에도가와 란포 전집의 수가 30권인데 어찌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러던 것이 도서출판 두드림에서 에도가와 란포의 전단편집 3권으로 출간되었다. 1, 3권에 이어 중편에 가까운 작품이 실려있는 2권까지 이번에 출간되었다.

추리의 묘미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은 어둠을 통해 자라나는 악마성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연출해 내는 그의 책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 아니 보지 않고 버틸 자신이 없다. '현실은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이라고 믿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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