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 와이프와 한가지 약속한 것이 있다. 건담과 피규어를 사지 않는다. 아~. 어려운 약속이지만 지키기로 했다. 6월말이 생일이라 와이프가 저녁 먹으면서 슬쩍 물어본다. '뭐 가지고 싶은 것 없어?' 글쎄. 내가 가지고 싶은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책이랑 DVD, 피규어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책과 DVD는 모아둔 알라딘 적립금이 있으니 당분간의 지름에 대한 목마름은 축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피규어는 허락을 득해야하는 사항인지라 피규어를 사줄수 있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역시 안된단다. 흠... 얼마전부터 핀헤드 피규어가 눈앞에 아른아른 거리던걸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우울해진다. 약속을 하지 말걸 그랬나싶은 생각도 들고... 결국 한동안 의기소침한 얼굴로 있었더니 와이프도 일년에 한번 있는 생일인데 그거 한번 못사주겠냐는 표정으로 허락을 해주셨다. 흐흐흐. 다음날 쇼핑몰에서 바로 질렀더니 곧바로 품절. 아~. 조금만 늦었어도 나의 품에 안길 수 없었겠구나 생각하니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면서 기쁜 마음은 두배가 된다. TV옆에 세워놓고 나니 왜이리 뿌듯한지. 또 한편으론 언제쯤이면 이런 기쁨을 느끼지 않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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