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레전드 - 도시괴담과 만난 난도질 영화.

괴담이란 무의식중에 자리잡은 공포의 감정이 구체적인 이야기로 발전된 형태이다. 어떠한 대상 혹은 상황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자양분으로 하기에 실제의 사건은 아니지만, 누구나 꺼림직하게 느꼈을 법한 보편적인 공포심의 발로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실생활과 밀접해 있다. 괴담이란 대체로 누구나 처했을 법한 상황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캠퍼스 레전드는 이런 괴담과 난도질 영화를 결합한 결과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자동차 뒤에 도끼 살인마가 타고 있었다거나 불꺼진 방에 들어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벽면에 '네가 어제 불을 켰으면 너도 죽었어'라고 피로 쓰여 있더라는 들어봤음 직한 괴담을 슬래셔와 미스테리로 풀어낸다.

캠퍼스 레전드는 도시괴담으로 퍼져있는 이야기가 실제 살인사건으로 발생한다는 설정도 재미있고, 범인이 주인공을 죽이려고 하는 살인 동기도 도시괴담 때문이라는 것과 그 사건 자체가 또다른 도시괴담으로 구전된다는 결말도 적절하다 싶다. 피해자의 목에 밧줄을 묶고 나무에 건뒤 밧줄을 자동차에 연결하고 운전자를 겁줘서 출발하면 목이 메달려 죽는 상황을 연출하는 괜찮은 살해씬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소재의 캠퍼스 레전드의 재미는 딱 거기까지다.

살인범의 동기는 이해할만 하지만, 그가 저질렀던 살인행위는 절대로 그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것들이기에 살인범의 존재 자체가 영화를 순식간에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도시괴담을 빗대어 현실에 발을 대고 있던 영화는 살인범의 초인적인 능력으로 인해 영화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다. 이는 난도질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마의 전형을 무리하게 우겨넣은 결과다. 반전에 집착한 결과이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괴담과 실제사건에 대한 실갱이를 하는 모습이나 강연 등이 나오는데 이렇게 도시괴담에 대한 근본을 좀 더 비집고 들어가서 썰을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난도질 영화에 대한 강박을 좀 더 덜어내고 말이다. 팝콘 무비에 대한 너무 많은 기대라고 하면 할 말 없음이지만.

덧붙여.
-. 교수의 방에 침입한 학생들이 창고에 살인도구로 보이는 듯한 도끼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도끼 옆에 귀여운 프레디 인형이 놓여있다. 로버트 잉글런드가 교수로 나오니 이런 짜투리 설정들 즐겁다. IMDB의 trivia를 보니 이런 설정이 꽤나 많은 듯 한데 알고 보면 의외로 잔재미가 많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제목: 캠퍼스 레전드 (Urban legend, 1998)
감독: 제이미 블랭크스
배우: 알리쉬아 위트, 레베카 게이하트, 자레드 레토, 로버트 잉글런드, 존 네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