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박진표 감독의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 병에 걸린 남자와 죽음을 포장하는 장례 지도사 여자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한줄의 줄거리 만으로도 영화가 훤히 보이는 특성상 과연 관객의 눈물을 얼만큼 쥐어짜줄지가 궁금했다. 루게릭 병에 걸린 남자는 분명 죽음을 맞을 것이고, 장례 지도사 여인은 그의 시신을 치장하고 저 세상으로 보내줄 것이다. 어찌보면 주인공의 죽음을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영화는 공포영화만큼이나 가학적인 장르라고 생각한다. 결국 관객은 주인공이 죽는 과정을 두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내내 지켜볼 뿐이니까. 가학적이어도 좋고, 뻔히 보이는 줄거리여도 좋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한 노골적인 이야기여도 좋고, 루게릭 병이라는 소재만을 극도로 이용하는 소재주의 영화여도 나쁠 것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그걸 보러온 관객들이 만족하도록 충분히 눈물샘을 자극해 준다면 제 역할은 다 한 것이다. 그러나 내 사랑 내 곁에는 관객의 공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안이하게 흘러간다. 루게릭 병에 걸린 종우와 장례 지도사 지수는 종우의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된다. 두번의 이혼을 겪었다는 지수에게 이미 루게릭 병이 진행되어 걷지도 못하는 종우가 대시를 하고 사귀게 된다. 그들이 사귀기로 결심한 이유 같은 내면의 심리를 관객이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영화는 관객이 그 심리의 여백을 사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사랑하게 된 연유를 직접 들려주지도 않는다. 따라서 관객은 영화의 시작부터 둘의 사랑에 공감할 타이밍을 놓쳐버리게 된다. 그러니 이후에 벌어지는 신파의 에피소드는 관객에게 먹히질 않는다. 그러나 이미 영화가 공개되기 이전부터 이슈를 만들어냈던 김명민의 감량 투혼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근육이 움직이는 않는 처절하게 마른 몸이 보여주는 안쓰러움은 가슴을 쑤시기도 하고, 그런 몸으로 연기하는 김명민의 연기는 언제나 그랬듯 훌륭하다. 그와 앙상블을 이룬 하지원의 연기도 발군이고. 그러니 영화가 조금 미흡하더라도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가슴 아픈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건 영화 전체의 힘이 아니라 순전히 두 배우의 공이다. 두 사람의 연기가 없었다면 내 사랑 내 곁에는 정말 볼품 없는 영화였을 것이다. 눈물을 짤 수 있는 소재와 좋은 배우들이 있었음에도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내 사랑 내곁에는 좀 아쉬운 영화다. 덧붙여. -. 종우와 지수의 사랑이 이루는 큰 꼭지보다, 중환자가 모여있는 6인실 인물들의 사연이 오히려 더 절절한 면이 있다. 박진표 감독은 인물의 이야기에 깊게 들어갈 때보다 표면을 슬쩍 스칠 때가 힘이 생기는 것 같다. -.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모기를 쫓아내는 종우의 판타지는 휠체어에서 가볍게 일어나던 오아시스의 공주의 판타지와 비교해보면 참으로 밋밋했다. 제목: 내 사랑 내 곁에 (2009) 감독: 박진표 배우: 김명민, 하지원, 남능미, 임하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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