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샤넬은 그녀가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기 이전의 삶을 다룬 영화다. 고아였던 어린 시절을 지나 뮬랭의 클럽에서 가수 생활을 하고 그 후 한명의 귀족과 한명의 사업가와 연애를 하고, 그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받아 성공하기 까지의 삶의 궤적을 그리는 영화다. 그러니 이 영화는 관객들이 기대하듯 천재 디자이너가 그려낸 화려한 발명품을 전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 코코 샤넬의 삶을 반추하는데 중심이 실려있는 영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는 그녀의 삶을 참 의미없게 그리고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성공에 대한 욕심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어쨋거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거친 소녀의 원조교제 성공담 정도로 치부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디자인 스타일은 허리가 뭉개질 정도로 아파도 코르셋으로 몸통을 조르고, 목이 떨어져나갈 것처럼 무거워도 에드벌룬 보다 더 큰 모자를 쓰고, 발목이 부서질 것 같아도 높은 힐을 신어야만 품위라고 생각하는 허위의식에 가득찬 당대의 귀족 사회에 드러난 여성 패션 스타일을 비웃고, 좀더 편하고 수수하게 자신의 몸에 맞는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이런 스타일은 철학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갑갑한 코르셋에 갇혀있는 여성의 몸을 해방시킨다는 혁명적인 개념도 겉치레로 가득찬 멋없는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진보적인 생각 따위는 없다. '내가 편하면 돼. 뭐하러 불편하게 저런 옷을 입어?' 따위의 철학이라기 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불편함을 늘어놓고 그에 맞는 옷을 재단해 입었던 코코. 그런 그녀의 스타일을 칭찬하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어찌보면 다른 것이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이 마지막 수단으로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식의 영화적 전개는 그녀의 삶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이 영화 속의 코코 샤넬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곱씹으며 성공을 다짐하는 다부진 모습도, 갑갑한 귀족 스타일을 탈피하고자하는 혁명적인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도 없다. 다만 그런 것처럼 보이기 위해 고아원 장면을 넣고, 클럽에서 가수하는 모습을 넣고, 갑갑한 귀족들 속에 섞여 있어 그들을 조롱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시퀀스들은 코코 샤넬이라는 여인의 철학과 삶에 흡수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적이 있었다라는 것을 나열만 할 뿐이다. 오히려 클럽에서 가수를 하던 시절의 모습이 더 행복했던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 영화 마지막 패션쇼 후 사람들이 그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녀가 힘들었던 과거의 삶을 되돌아 보는 장면에서는 '저 여인의 삶이 저런 표정으로 인생을 되돌아 볼 정도로 그렇게 극적이기나 했나'라는 물음표가 떠오르게 된다.

인생의 굴곡이 많고 극적인 삶을 살았던 세기의 디자이너 인간 코코 샤넬. 그리고 그녀의 삶을 단선적이고 평면적으로 지루하게 그려낸 영화 코코 샤넬. 이만큼 사람의 인생을 의미없게 그려내기도 쉬운일은 아닐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묘사하는 코코 샤넬의 성공방법을 알아 보자!

I.          부자를 잡아라. 당신이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물주가 없다면 성공은 꿈도 꾸지 마라.

II.        부자들과 섞여 있더라도 자존심은 버리지 마라, 그러나 당신의 물주인만큼 그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기에 때로는 복종도 해야 한다. 자존심만이 능사는 아니다.

III.       매사에 노력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알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오면 성공할 수 있다.

IV.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매진해 혼을 불태울 필요는 없다. 불합리한 것을 어느정도만 인지해도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V.       재능이 있다면 주변에서 먼저 알아준다. 느긋하게 그 때를 기다려라. 그 재능은 그저 취미 생활 정도로만 유지해 나가도 충분하다.

제목: 코코 샤넬 (Coco avant Channel, 2009)
감독: 앤 폰테인
배우: 오드리 토투, 브누와 뽀엘부르드, 알렉산드로 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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