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면에서 두명의 인물이 마주하는 장면을 절대로 보여주는 않는 왕가위 감독. 집요하리만큼 치열하게 고독감을 물고 늘어지고 그걸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선 이렇듯 두 인물이 같은 공간에 들어선 순간! 마주할듯 말듯한 아스라한 감정이 화면 위로 뚝뚝 떨어진다. 택시를 가장 터프하게 외치는 지나 롤랜드가 있었듯이 화양연화에 등장하는 장만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게 국수를 사는 여인이다. 대체 누가 향채 냄새가 폴폴 풍겨날듯한 퀴퀴한 뒷골목의 시장통에서 난닝구 차림의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저런 자태를 뽐낼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국수 담은 보온병을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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