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살인자들의 섬 - 10점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황금가지
정신병력을 가진 살인자들이 수감된 정신병원에서 환자 한명이 사라진다. 그리고 수사관 두명이 조사하러 섬에 온다. 한명의 수사관은 이 병원이 국가와 기업이 환자에게 신약에 대한 비인간적인 임상실험을 한다는 비밀을 어렴풋이 알고 이를 파헤치려한다. 또한 그 수사관은 자신의 아내를 방화로 살해한 범인이 이 병원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고 복수를 다짐한다. 하지만 병원에 상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결탁하여 그들을 속이려고 한다. 게다가 같이 파견된 수사관 또한 믿을 수 없다.

마틴 스콜세지에 의한 영화화된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은 음모로 감싸인 거대 집단에 개인이 도전하는 소설이다. 그의 다른 소설들처럼 아픈 과거사를 안고 있는 주인공은 그로 인해 끊임없이 고뇌하며 정의를 행한다는 대의를 내세우기보다 개인의 복수를 꿈꾸는 좀 더 인간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결국 스스로의 트라우마가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규정해버린 어찌보면 스스로의 함정에 갇혀 버린 인물이기도 하고. 전쟁 참여자로 많은 폭력을 자행했던 인물이 과거를 털지 못하고 그 속에 함몰되어 버린다는 내용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고립된 섬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와 더할나위 없이 어우러져 끈끈한 긴장감과 공포를 선사한다.

살인자들의 섬의 본래 제목인 셔터 아일랜드라는 말처럼 철저하게 고립된 섬에 위치한 정신병원에서 수사관 두명을 제외한 모두가 그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상황은 폐쇄 공포증을 넘어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악에 대해 소시민이 대항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통감하게 된다. 그리고 반전으로 연결되지만 그 무기력함은 기어이 개인을 넘어서 악의 근원 (과거라는 도돌이표)에 도달하기까지하니 참으로 신나는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지면을 통해서 행간에 뿜어져나오는 어둑어둑한 분위기와 장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한껏 끌어내며 함유하고 있는 메시지 또한 지나치기 아까운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은 정말이지 아무거나 읽어도 다 재미있다.

덧붙여.
-. 정신병원과 관련된 영화들을 보면 타의에 의해서 병원에 수감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나는 자의로는 결코 병원을 걸어나갈수 없다라고 묘사되는 영화들이 너무나 무섭다. 터미네이터2에서 사라코너가 의사와 면담할 때마다 자기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넨 여기서 더 있어야돼'라고 의사는 못 박아 버리고, 혹은 체인질링에서의 크리스틴은 또 어떻고.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의사라는 권력이 정부조직과 결탁하여 개인의 자유의지를 말살하는 영화들을 보면 그 벗어날 수 없는 갑갑함으로 인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이 크고 작든 현사회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 더욱 무섭고. 소설 속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삼단논법은 이런 원칙으로 시작되죠. '미친사람들은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되세요?
좋아요.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밥은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그리고 세번째로 '그러므로'로 시작되는 부분이 나오는 거예요. '그러므로 밥은 미쳤다'
일단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미쳤다고 생각해 버리면, 다른 경우에는 그 사람이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었을 행동조차 미친 사람의 행동으로 간주돼요. 그 사람이 자기는 미치지 않았다고 멀쩡한 정신으로 주장하는 건 '부인'이 되죠.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마땅히 가질 만한 두려움은 '편집증'으로 간주돼요. 생존 본능에는 '방어기제'라는 꼬리표가 붙고요. 무슨 짓을 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사실상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죠. 일단 여기 온 사람들은 다시 밖으로 나가지 못해요.  p.362


-.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조물주가 있다면 그는 분명 매우 폭력을 사랑하는 인물일 거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소설속의 교도소장의 대사.
하나님은 폭력을 사랑하신다네. 자네도 알지?
그렇지 않고서야 세상에 폭력이 왜 이리 많겠나? 폭력은 우리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지. 우리는 숨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폭력을 휘둘러. 전쟁을 하고, 희생 제물을 불태우고, 형제들을 약탈하고 그들의 몸을 공격하지. 그리고 너른 벌판을 냄새나는 시체들로 가득 채워. 왜일까?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으로부터 우리가 교훈을 얻었다는 것을 하나님께 보여드리기 위해서일세.
하나님은 우리에게 지진, 허리케인, 토네이도를 주시네. 하나님은 우리 머리위로 불을 뿜어내는 산들을 주시지. 배를 집어삼키는 바다도 주시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연을 주셔. 자연은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죽이는 살인자일세. 하나님은 당신이 우리 몸에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은 생명의 피가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우리가 죽음을 통해 믿게 되도록 질병을 주신다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욕망과 분노와 탐욕과 더러운 마음을 주신다네. 하나님을 기려 폭력을 휘두르게 하려고. 우리가 방금 경험했던 이 폭풍만큼 순수한 도덕적 질서는 없어. 세상에는 도덕적 질서가 아예 없지. 내 폭력이 자네의 폭력을 이길 수 있는가, 그것만이 있을 뿐이야. p.375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