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돌파 그렌라간의 매력은 무식함이다.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미래-하늘-로 향한다. 그것은 인간이 단세포에서 출발하여 물질적/정신적으로 복잡하게 진화하는 생물학적 메카니즘을 한숨 한번 쉬지 않고 무시해 버리고 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의 발칙함도 사뿐한 발걸음으로 뛰어넘어버리며 인간과 우주의 존재 목적과 1,2,3,4차원이 아닌 알아듣지도 못할 과학과 철학적 사상을 드릴 하나로 그냥 뚫어버린다. 집단의 목적을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며 그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식한 가치관 하나로 1편부터 27편까지 그냥 드르륵 정면돌파한다. 이런 식의 전개는 캐릭터들이 뜬금없이 밑도끝도 없이 필살기의 이름을 외치고-기가 드릴은 왜! 갑자기 나온대?-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심지어 그걸 타는 주인공조차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합체를 해버리는 메카닉과도 잘 어울린다. 너를 믿는 나를 믿어라 따위의 대사는 이제 좀 낯간지럽게 들리기도 하지만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을 단숨에 죽여버리고-장렬하기 짝이 없다- 메카닉 물에서 꼬마가 성장해서 멋진 어른이 되는 주인공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거저거 없이 다분히 상징적인 드릴 하나로 그냥 뚫고 지나가는 무식함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본질은 그 시작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라는 점이 상당히 불쾌했다. 그렌단의 단원들이 타고 있는 간멘들은 모두 적으로부터 빼앗아 자신의 혼을 거기에 맞춰버린 것이다. 라간은 주운 것이고 그렌은 탈취한 것이다. 그것으로 단체를 만들고 목적을 이루어낸다. 마냥 즐겁지는 않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들을 구속하고 있던 껍질들을 하나하나 뚫고 나가 천장이 없는 세계를 이루어냈으니 불만은 없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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