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씨의 '연옥님이 보고계셔'를 술자리에서 친구놈이 추천해줘서 종결된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놔, 아직 연재중이시더라. 본래 다음편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성격인지라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어지간해서는 손을 안대는 편인데 어쨋든 낚였다면 낚였다고 하겠다.

연옥님이 보고계셔는 참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는 카툰인데 매화마다 사람의 심장을 후벼파는 찡함이 묻어있다. 왜 사는 걸까, 이다지도 힘이 부치는데 왜 사는 걸까, 왜 세상은 나를 제외하고 지들끼리 돌아가는걸까, 그것도 잘도 돌아가는 걸까. 사춘기때부터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왜 사는 걸까'라는 물음의 깊이는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얕아지거나 희석될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경험해온 세월의 흔적만큼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과 우울함은 늘어가는 것만 같다. 다만 너무 바빠서 물음을 지나치거나 너무 지쳐서 물음을 가슴속에 묻어버리는 것 뿐이다. 타인에게 속내를 들어내는 것은 줄어들지만, 외려 가슴 속에는 정답없는 물음들이 쌓이고 쌓여 썩어가고 있음을 인지하기도 한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는 동안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물음들. 연옥님이 보고계셔가 특별한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가슴 따뜻하게 그려낸다. 나 말고 너도 있고, 당신도 있고,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누나도 있고, 형도 있고, 동생도 있고, 사랑하는 와이프도 있고. 그러니 살아갈 수 밖에. 힘들지만 울컥할 정도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도 분명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어쨋든 연옥님이 보고계시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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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 해영이는 어떻게 컸을까 너무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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