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잡담.

Record? 2008. 8. 18. 13:32

-. 어렵사리 예매에 성공하여 주말에 CGV 용산 IMAX에서 다크나이트를 관람했다. J열의 가장 구석자리였지만 감상에는 별 무리가 없었다. 2시간이 넘는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찌나 집중해서 봤는지 2시간이 1분처럼 느껴졌다. 액션이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와 캐릭터만으로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실 조커만 5시간정도 봐도 아마 질리지 않았을터이지만. 입찢어진 캐릭터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멋지다. 이치 더 킬러의 카키하라가 다크나이트 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고 조커가 신주쿠에서 카키하라의 역할을 대신하면 어떤 영상이 나올까 상상도 해보고.

-. 사랑스런 S님을 모시고 상영관으로 들어섰는데 우리자리에 다정한 연인께서 팝콘을 씹으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저기 자리가 맞으신지요?'라고 물으니 남자분께서 반말 섞인 응대로 자기 자리가 맞다고 한다. 표를 꺼내어 좌석을 확인하는데 아뿔사 그분의 자리도 맞다. 예매 시스템이 여러곳이라 중복되어 표가 발행되는 경우의 사연을 읽은 적이 있어 재수없게 잘못걸렸다라는 생각과 함께 남자분을 데리고 직원에게 갔다. '동일한 좌석이 중복되어 발매된 것 같습니다'라는 말에 직원분은 '죄송합니다. 금방 확인해 드릴께요'라며 표를 검사하는데 그 남자 분의 표는 전날 좌석이었던 것. 아마도 광복절 휴일이 금요일이어서 토요일과 착각하여 예매를 했던 것 같다. 당황한 남자는 아직도 느긋하게 자리에서 팝콘을 물고 있던 그의 여친님을 데리고 서둘러 나간다. 어린 놈이 반말 섞인 응대를 하는 것이 내내 못마땅하긴 했지만, 커다란 팝콘까지 사가지고 들어와서 쫓겨나가 그의 여친에게 욕얻어 먹을 그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 그러게 날짜 좀 잘 확인하고 예매를 하지.

-. 나는 어린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작정 떼를 쓰면 어떻게 달래야할지도 모르겠고 '아르르르 까꿍'같은 대사를 읊으면 나도 모르게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곤하는 성격이라 아이 곁에는 잘 다가서질 않는다. 이런 내게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다라는 것을 요즘 조카가 알려주고 있다. 삼촌이 오면 부끄러워 숨기도 하던 녀석이 요즘은 내가 마음에 드는지 오랜만에 집에 들어서면 한달음에 뛰어와 품에 안기곤한다. 그 때 솟아나는 사랑스러움이란.

어제는 집에 갔더니 팬티만 입고 있던 녀석이 나를 보자 인사도 안 하고 부랴부랴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또 부끄러워서 그러나 보다라고 생각하는데 방에서 예쁜 발레리나 치마를 입고 나와서 자랑한다. 형수님 왈 삼촌 보여주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단다. '삼촌 나 이뻐요?'라는 말을 연발하는 조카녀석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어주는데 이 녀석 나중에 뭐가 될려는지 온갖 포즈를 다 취한다. 급기야 방에서 할머니 부채를 가지고 나와 이렇게 소품이 있어야 더 이쁘다며 포토제닉한 포즈를 취한다. 사진을 찍어주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등뒤에 매달려 아양을 떨다가 방을 한바퀴 뛰어다니더니 '나는 삼촌이랑 결혼할거야'란다. '진짜?'라고 했더니 방에 들어가 숨어버린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프로포즈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딸 가진 아버지들은 그 예쁜 딸들을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보낼까 싶다. 귀엽게 뛰어다니던 녀석에게 '근데 은수야 미안한데, 삼촌은 S 숙모랑 결혼할거야'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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