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주말잡담.

Record? 2008. 8. 25. 18:03

-. 금요일: 퇴근시간이 지나고 들뜬 마음에 팔랑거리며 사무실을 나서다 3층 난간에서 mp3을 떨어뜨렸다. 철제로 된 난간이라 방패막이 없어 나의 D2는 안녕~!을 고하며 1층 대리석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셨다. 그 순간 마치 내가 죽음을 맞는 것인양 모든 사물의 움직임이 슬로우 비디오로 변하였다. 경악한 표정으로 1층까지 날아서 내려갔다. 액정은 사십만칠천오십이조각으로 찢겨졌고 내 마음은 사십만칠천오십삼조각으로 찢겨졌다. 그리고 주머니에서는 얇아진 내 지갑이 더욱 얇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년에 D2를 잃어버리고 동일한 모델을 산 것이 불과 6개월전. 어느 블로그에선가 액정이 산산조각난 D2의 사진을 올리고는 눈물을 흘리는 쥔장의 포스트를 본 적이 있는데 '쯧쯧 바보'라고 했던 내가 얼마나 경솔한 인간이었는지 깨달았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기습적으로 찾아온다.  다시 질러야하나 참아야하나...

-. 커플 티셔츠: 이제는 핸드프린팅의 달인이 되어버린 누님에게 메텔 바지를 얻은데에 이어서 S와의 이웃집 토토로 커플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티셔츠 한장에 10시간의 노동이 들어간 소중하고 고마운 선물. 말로 때우기엔 너무나 미안해서 무언가 맛난걸 혀에 놓아드려야겠는데 뭘 사줄지 고민. 얇은 지갑은 대충 소주 한잔으로 넘어가라고 나를 꼬신다. 그나저나 이렇게 손으로 직접 그린 티셔츠를 사려고 하면 얼마를 줘야할까 궁금하네.
012

-. 몸무게: 군대 가기전의 중량은 대략 55kg이었다. 불규칙적인 올빼미 생활 스타일을 고수했고 밥은 한공기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고 술은 토할때까지 먹는 것을 당연하게 알았던 시절이라 55kg이 나가는 것도 오히려 많이 나갔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입대하자 마자 미친듯한 짬밥 섭취에 일병을 달기 직전에 몸무게가 20kg이나 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나에요~'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족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제대하고 다시 62kg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 그러던 것이 요즘 다시 내 인생의 최고치를 향해서 내달리고 있다. 작년 12월과 비교해서 대략 10kg 정도가 쪘으니 이 정도면 내 인생 가장 묵직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그 때는 꽤 날렵했어~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 고사:피의 중간고사. 악평을 워낙 많이 보고 악평이 아니더라도 스틸이나 트레일러를 보고도 별반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지인의 배려로 고사를 보았다. 순위를 가리는 성적 경쟁 속에서 경쟁조차 돈으로 사는 행위들과 선생과 학부모의 몰지각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급기야 직접적인 살인으로 변모하는 섬뜩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을 제목을 가지고 있는 영화지만, 만듦새가 워낙 엉망이라 '그래서 어쩌라고' 혹은 '그래서 어쨌다고?' 혹은 '왜 그런데?'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가슴에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어찌나 어설픈지 '호호'거리며 감상을 했는데 남규리의 연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난 남규리라는 아이가 티비에서 입을 열고 말할 때 '쟤는 바보가 아닐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던 터여서 영화를 보면서 '음 쟤도 원래 말을 잘 할 줄 아는구나'라고 감탄하기도 하고 조금 반성하기도 했다. 워낙에 여기저기서 빌려온 설정들이고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보았다. 이는 영화의 힘이라기 보다는 동행한 S의 힘이 컷으리라 사료된다. 그녀는 별 재미 없을 영화도 재미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니까 이 포스트는 전형적인 미괄식 구성이다.

사족: 만약 국내 공포영화 시장이 넓고 쏟아지는 영화가 많았더라면 고사 정도의 만듦새를 가진 영화를 본다손 치더라도 그다지 불만을 가지진 않았을지 모르겠다. 이런 영화도 있고 저런 영화도 있는거지라고... 그래도 고사의 마지막 엔딩크레딧의 서비스씬에서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짝짝짝. 참. 극장의 관람풍경을 생각하면 이 영화 상당히 흥행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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