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밤.

Record? 2008. 8. 27. 22:21


-. 아직 8월인데도 이제는 날씨가 많이 바뀌었는지 환절기가 되어버렸다. 여름의 장마도 동남아의 스콜로 바뀌어 버리고 여름은 일찍 시작하는 듯 했으나 예상치않게 일찍 끝나버렸다. 살을 태워버릴듯이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더니 선선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밤바람에 내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야근을 하면 힘이 들지만 가끔 맞게되는 이런 순간은 기분이 좋다. 도심과 멀리 떨어졌기에 느껴지는 고독하지만 따뜻한 감정. 외면하고 싶기도 하지만 왠지 이런 시간을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한번 바람을 맞아본다.

-. 고교시절 자막이 없는 비디오로 감상한 '아스나로 백서'. 이시다 히카리와 기무라 타쿠야가 출연한 이 드라마를 무척 좋아했다. 무슨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젊은 대학 청춘남녀의 애정사라는 것만 어렴풋이 짐작했던 이 드라마의 아름다운 배경이 좋았고 일본 드라마 특유의 희뿌연 화면이 좋았다. 처음본 기무라 타쿠야를 보고 저런 사람이 정말 일본의 톱스타일까라는 의구심도 들었고, '나루미~!'하고 부르면 머리를 흔들면서 활짝웃는 이시다 히카리의 웃음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음악이 너무 좋았다. 커다란 데이타 레코더로 음악을 녹음해서 가지고 다녔을 정도니까. 강수지가 부른 moonlight dream을 찾다가 발견한 SENS. 그들의 음악을 주르륵 듣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낯익은 멜로디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훈훈해진다. 잊고 있던 아스나로 백서의 음악. 제목이 like wind였구나. 청춘이 그런거지뭐.

-. 히가시노 게이고의 '게임의 이름은 유괴': 부유한 집안의 가출한 딸을 꼬셔서 함께 유괴 게임을 제안하는 남자. 받아들인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그와 함께 계획을 세운다. 가짜 유괴범인 남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마치 자신이 치밀한 범죄를 계획하는 듯 요모조모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지만,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하는 짓이 너무나 허술하기도 하거니와 어설프게 사랑에 빠져버렸기에 '뭐 이런 시시한 소설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지만 나름 깔끔한 마무리가 좋았다. 그러니까 300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250페이지부터 마지막 50페이지가 재미있다. 팜므파탈과 유괴게임의 반전과 가식적인 사람들.  영화 제목을 따서 출간된 '게임의 이름은 유괴'라는 유치한 제목보다 연제시의 제목이었다는 '청춘의 데스마스크'가 좀 더 유치하고 좋지 않나? 청춘은 바람같고 때로는 가식적이니까.

-. 청춘 청춘 몇번 단어를 끄적였더니 H2가 다시 한번 보고 싶네. 언뜻 생각해봐도 히로와 히카리는 사랑하는 감정을 참 잘도 참았다싶다. 아무리 하지말라고해도 그라운드에 연애감정을 어떻게 안끼워 넣을 수가 있겠어, 이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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