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겨울 밤 하늘

Record? 2008. 11. 19. 00:06

-. 캄캄한 밤인데도 하늘이 참 맑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에 대기가 얼어붙어 시리게 보여서인지, 하늘이 참 맑다. 늦은밤 야근에 담배 하나를 피워물고 바라보는 총총히 별이 박힌 하늘은 결린 어깨를 조금은 토닥여준다.

-. 20대의 어린 나이에 뇌암이라는 판정을 받은 친구의 동생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오늘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며 소식을 전하는 친구의 울먹거리는 소리에 딱히 위로의 말이 없다. 눈물이 가려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꺼낸 말은 '운전 조심해'가 전부였다. 큰 슬픔에는 그닥 좋은 위로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좋은 곳으로 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사망소식을 다른 친구에게 전하기 위해 번호를 뒤적거린다. 늦은 시간이라 잠자리에 들었는지 회식이 있는지 연락이 되질 않는다. 내일 전할까라고 생각하다 근처에 있는 친구가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번호를 눌러본다. 자다 일어나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J는 잠을 깨운것에 대한 짜증을 숨기지 않는다.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W의 동생이 죽었단다'라고 전한다. 짧은 침묵.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라는 이상한 대답이 돌아온다. 내일 5시에 일어나야 해서 많이 피곤하단다. 오랜 시절 봐온 친구녀석이라 '이 새끼야 친구 동생이 죽었다는데 무슨 말이 그래 썅!'이라고 쏴주지 못하고 삶에 찌들어 있는 녀석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사는게 뭐라고 삶의 피로가 인지상정을 허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쓰리다. 공기가 차가워서인지 마음이 쓰려서 인지 담배 연기가 꼬물꼬물 처량하게 올라가는 모양새를 보고 있으니 코끝이 쨍하고 하늘 참 맑네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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