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더 좋아.

Record? 2008. 11. 27. 18:21

내가 결정적으로 일본어를 잘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중학시절 일본인 학생에게 설문조사를 하러 가는데 심심하다고 나를 데려간 친구녀석 때문이었다. 대상은 경복궁에 수학여행을 온 일본 여학생. (경복궁과 일본과 수학여행이라는 단어들의 충돌은 여기선 생각지 말기로 한다.) 설문조사 내용이 무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15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나랑 비슷하게 소꼽장난을 치던 꼬꼬마 시절을 거쳐 여학생들의 치마를 걷어올리던 꼬마시절을 지나 비슷한 정도로 공부를 하고 장난을 치며 적당한 여드름을 공유하고 있던 친구녀석의 입에서 일본어가 줄줄줄 튀어나왔다. 신기하고 충격적이었다. 저녀석 뭐지?라는 생각도 들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멋지다!라고 느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히라가나를 외우기 시작했다. 천재적인 머리로 하루만에 히라가나와 카나가나를 외우고 책을 덮었다.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웠는데, 시험치는 것이 진절머리 나던 시절이라 재미가 없었다. 대학들어와서 빈둥빈둥 놀고 잊고 있던 일본어 책을 꺼내어든 것은 병장시절 남아도는 시간들을 주체하지 못해 아침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도 점심먹을 시간까지 아직도 4시간 가까이 남아있던 지루한 병영시절이었다. 그때부터는 재미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2년동안 열심히 해서 일본인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읽고 쓰는건 지금도 잘 못한다. 나의 목표는 대화였기에~~라고 핑계.)

요는 억지로 하려고 하면 재미있을 것도 하기싫어진다는 단순한 이야기. 잘하면 멋지다!라는 결정타를 얻어맞았음에도 7년 가까이 멀리한 이유는 그것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주변에서 주입시켰기 때문이다. 가끔 사람들은 타인을 좋아하는 일을 좋아해야한다라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는 듯 하다. 가슴이 아픈 일이긴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도저히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대로 스스로 좋으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1+1이 10000이 되기도 한다. 공부도 하고 싶어서하면 즐겁고 더 좋을터인데 하물며 사모의 감정이야 오죽하랴. 삶은 종종 알게 모르게 타인을 좋아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또 쓸모없이 길어진 포스트.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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