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독서통신 교육이라는 것을 한다. 분기별로 나누어 세달동안 한달에 한권씩 책을 읽고 시험을 치르는 형식인데 해당 과목에서 1등을 하면 문화상품권 2만원을 보내준다. 자금 사정으로 지름을 중지한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건 문화상품권! 매달 말일이 되면 시험문제를 끌어안고 한개라도 틀리지 않기 위해 책을 이리뒤지고 저리뒤지고 본거 또 보고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람들이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99점을 맞고도 문화상품권을 받지 못한다. 젠장! 강평란에 '학습성과가 매우 우수합니다'라는 말을 해놓고 서술형에서 1점을 깍는 것은 무슨 심본지.

-. 통신교육에서는 못받았지만, 설문조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문화상품권을 몇장 받았다. 2만원 돈으로 지를려고 하니 사고 싶은 것은 많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뺏다가 저가를 몇장 살까 똘똘한 놈으로 하나를 살까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예전에 못구한 파이트클럽 2disc 할인판만 구매했다. 나머지는 조카에게 줄 초한지 만화책 구매. 에휴~.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고...

-. 길었던 예비군 생활이 끝나고 올해부터는 민방위에 편성된다. 어릴적엔 정말 늙고 늙어 억살정도 먹은 아저씨들만 민방위라고 불리우는 줄 알았는데 내가 민방위가 됐다. 그렇다면 나도 어린 친구들에겐 늙고 늙어 억살정도 먹은 아저씨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고 하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군대는 철부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곳이 아니라 혈기왕성하고 사회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나이에 윗사람 눈치보는 법과 타성에 젖는 법을 가르칠 뿐이다. 아이러니하고 당연하게도 그런 말을 쓰는 사람들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일 확률이 더 많다는 것.

-. 군대에 다녀와서 내가 얻은 것은 아무리 좋은 상사라도 없는것이 더 좋다라는 씁쓸하고 잘못된 생각과 한무더기의 무좀으로 인한 내성발톱 뿐이었다. 분대장을 할 무렵 내성발톱으로 의무대를 찾은 적이 있다. 토요일 오후, 농구하다 땀에 절어 들어와 씻지도 않은체 한심하게도 국소마취주사 조차 제대로 놓지 못하던 의무병에게 발톱 수술을 받았다. 발 밑에 놓여있던 꼬깃한 신문지는 엄지발톱 반을 덜어낸 발가락에서 나온 피로 진득하게 젖었다. 더러운 위생상태가 문제였는지 그 후로 발톱무좀이 생겨버렸고, 발톱은 자꾸만 피부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결국 제대한지 10년이 다 되어 무좀으로 인한 내성발톱이 심하게 도져 지난주 토요일날 수술을 받았다. 굉장히 어려운 수술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10분도 안돼서 수술이 끝나버린다. 군대가 내게 안겨준 내성발톱의 악몽은 밤마다 건조대에서 자행되던 고참의 구타처럼 쉽사리 떨어지지가 않는다. 이번에는 병원 열심히 다녀서 잘 치료해야지. 군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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