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Record? 2009. 8. 13. 10:24


수술실 앞의 의자에 앉아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노라면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수술실 전광판을 보며 '수술대기'에서 '수술중', '종료' 표시로 어서 바뀌길 기도하고, '수술 대기' 표시가 길어지면 아직 수술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가운 이동용 수술 침대에 누워 수술실 복도에 혼자 덩그라니 남아 하얀 천장을 보며 두려워하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나도 이렇게 떨리는데 그 심정은 오죽할까. '수술중' 표시가 길어지면 마음은 초조해 지고 조급해지며 기도하는 심정은 더욱 깊어진다. 종교도 없는 나이지만 하여튼 누군가에게 기도한다.

수술실 옆은 대개 중환자실이 있어서 급박하게 실려온 사람들이나 혹은 입원환자가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검이 되어서 나가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눈물, 콧물 범벅에 옷이 늘어져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오열하는 사자의 남은 가족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슬퍼보여 현실성 마저 없어져 버린다.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촌극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촌극을 바라보며 저 모습이 내가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저런 촌극의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을... 그러므로 슬퍼하는 그들을 보며 타인에 대한 연민보다는 외려 나에 대한 이기적인 연민이 먼저 떠오른다. 수술실은 인간을 참 약하게 만든다.

오늘 수술하는 사람들은 용기를 내고, 수술을 마친 사람들은 어서 회복하고, 아직 병이 없는 모든 사람들은 항상 건강하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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