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곧 있으면 결혼한지 200일이 가까워 온다. 아직도 신혼이라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초반에는 다툼도 좀 있었다. 죽네 사네 할 정도의 다툼은 아니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둘이 살다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부딪히게 되는 그런 경우. 예를 들어 부모님께 문안 전화를 정기적으로 드린다던가하는 그런 것. 물론 나는 오래전부터 혼자 생활해 온 것이 익숙한 터라 전화를 잘 안 하는 편이었고, 그런 나를 마눌님께서는 좀 야속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다툼이 생길 경우 말다툼의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싸움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돌아보면 대단할 것도 없지만, 속상함에 목을 놓아 울기도 하고, 악에 찬 험담을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그래 내가 나간다'하면서 집을 나가기도 하고, '가긴 어딜가 나갈려면 내가 나간다'하고 문앞에서 유치한 실갱이를 벌이기도 한다. 그러고 몇 분(몇시간이 아니라) 지나면 나간 사람을 찾으러 문 밖에 나서고, 겨우 만나서 얼굴 한번 보고 한 번 안아주면 뭐 때문에 싸웠는지 잊어버리는 그런 사소한 다툼. 그런 것들을 몇번 반복하고 나니 200일이 가까워 온다. 아~. 물론 지금은 그런 다툼도 없다. 너무 다툼이 없어서 이래도 되는걸까 싶은 그 정도.

2. 팔불출이라고 하겠지만, 결혼 전보다 결혼하고나서 더 많이 사랑하게 됐다. 모르던 둘이 사는 것이고, 게다가 좋던 싫던 매일 얼굴을 마주 보고 한이불을 덮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보기 싫은 면도 생길 수도 있고, 좋았던 것도 질릴 수가 있다. 그러니 사랑의 온도가 식을 수도  있지만, 다툼의 상황에서도 '서로 행복하기 위해 같이 살고 있다'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 떠올린다면 안 좋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들도 반전을 거듭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면 이런 작은 것들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그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조건만 따지는 이들은 결코 모를 것이다.

3. 이러나 저러나 별로 가진 것도 없는 나를 선택해준 마눌님께는 항상 고마운 마음 뿐이다. 이제 고작 200일 이지만, 앞으로 200만일까지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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