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결국 상상.

Record? 2008. 3. 20. 15:05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모두 상상 속의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만나고나면 그 사람의 인상이라든가 성격들이 내 속에서 제멋대로 배열하고 자리잡아 본래의 그 사람과는 다른 이미지로 남는다는 뜻이다. 본래의 그 사람이라도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에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한 사람을 어떠어떠하다고 규정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기에 모든 인간관계는 결국 개인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 또다시 매트릭스로 돌아와버린다.

좀 다르게 말하면 사람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만나는 것이다. 대개 그 사람의 본질과는 다른 경우가 많겠지만, 운이 좋으면 진정한 그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미지와의 만남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의 정도가 클수록 아마 본질에서 빗겨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배반 뒤에 따라오는 감정적인 공황의 파급효과는 더 커진다. 상상이란 통제할 필요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정도로 커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커진 상상의 크기만큼의 반작용은 고스란히 그렇게 상상한 자의 몫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상상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만남에서 유일하게 진실일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바로 육체다. 37도의 온기를 갖고 있는 인간의 육체. 만질수 없는 이미지에 비해 확실히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몸. 감정적인 사랑이 실체와 다를 경우는 물리적인 사랑인 섹스에 비해 월등히 높을 것이다. 그래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해서 타인의 내부로 들어가기 보다는 몸을 맞대고 섞는 것이 더 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독하고 씁쓸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한 생각이다. 나는 죽기전에 상대방의 내부로 온전히 들어가는 체험을 해 볼 수 있을까? 아니면 거짓으로라도 그런척 해주는 상대방을 만나는 것이 더 행복할까? 홍상수라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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