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1 (양장)타나토노트 1 (양장) - 10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의 존재론적 물음에 대한 3부작의 시작인 타나토노트. 프랑스의 뤼생데르 대통령은 저격사건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사후세계를 체험한 뒤 과학부 장관을 시켜 비밀리에 사후세계를 조사하라고 명령한다. 마취의, 생물학연구원, 간호사가 한팀이 되어 무기수와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영계탐사를 시작하고 사후 세계의 존재를 밝혀낸다.

죽음 뒤의 세계가 밝혀지면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의 삶은 매우 달라질 것이다. 죽음 뒤에 달콤한 엑스터시의 세계만 있다면 누구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것이고 현실 세계가 고달프면 자살하면 그만이다. 죽음 뒤에 고통의 세계만 있다면 의술은 날로 발전할 것이고 사람들은 한푼이라도 더 끌어모아 수명을 연장하고 싶어할 것이다. 죽음 뒤에 현세의 죄값에 따라 고통과 행복을 준다면 상점을 받기 위해 가식적인 친절함이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떤 이들은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을 이용하여 더욱 방만하고 오만하게 놀아날 것이다.

타나토노트는 영리하게도 이런 상황들을 모두 차곡차곡 풀어낸다. 그러므로 현세와 사후를 모두 아우르는 신이라는 존재에 도달하기 위한 영계탐사대의 여정은 시대에 따른 혹은 지역에 따른 종교적인 가치관에 따라 변화되어진 사람들의 행동양상들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사후세계를 탐구한다는 솔깃하고 자극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인간 역사에 대한 축소판이기도 하다. 최근에 나온 파피용이 그랬듯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많이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타나토노트와 파피용은 결국 인간 역사가 무한 반복된다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에서 천사가 되고 신에게까지 다다르게 되는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신 3부작을 모두 읽으면 그 물음이 확실히 해소되겠지.

생물학자인 라울의 아버지인 프랑시스 라조르박 박사가 남긴 논문 '죽음에 관한 한 연구'에 소개된 그리스신화, 불교, 기독교, 힌두교 등의 모든 신화와 종교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챕터 중간에 짧게 끼어넣어 인간이 대지에 생겨난 이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해왔나를 보여주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사후세계를 탐사하는 여정을 미스테리 스타일로 그려낸 타나토노트는 뒤늦게 읽었지만 정말 추천할 만한 책이다.

첨언.
-. 미국식으로 읽으면 버나드 웨버 정도로 참 평범해 보이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러면 왠지 참 있어 보인다. 무언가 더 많이 알것 같고, 좀 더 사색적인 사람일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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