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 8점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노마드북스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생존한 48명의 남녀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들은 각각 자신의 직업을 살려 의료.오락.사냥.벌목.낚시 등의 조직을 만들고 서로 협조하여 무더운 무인도에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집단의 대표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처우를 하고 이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으며 소유도 하지 않고 적절히 분배하며 살아간다. 생활이 안정된 이들은 구조를 꿈꾸며 무인도 전체에 SOS라는 글자를 만들기 위해 벌목 작업을 시작한다.

74년도작이라는 아르토 파실린나의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무기력하고 불쌍한 현대인이 잃어버린 무소유와 자유가 어우러진 해방감을 맛보여 준다. 표류한 48명의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자연과 어우러진 유토피아를 머리속에 떠올리며 나도 한번 탈출을 해보자는 꿈도 꾸게 만든다. 매일매일 사람에 치이고 돈에 밟히고 쫓기는 듯한 생활을 하는 나이기에 이 책에 실려있는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재미있을수록 가슴 속에는 아릿한 통증이 남는다.

작정하고 유토피아를 그리고자 만든 소설이라 작위적이지만, 제목처럼 정말 유쾌하기도 하거니와 결말의 소동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유머러스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참 뒷맛을 길게 잡아 끈다. 이상향을 꿈꾸지 않아도 되는 세상 속에 살고 싶다라는 부질없는 소망이 머리속에 떠오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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