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아먹는 커다란 흰뱀의 신화와 종교를 연결하여 미스테리로 보여주는 켄러셀 감독의 백사의 전설은 신성모독을 바탕으로 에로틱한 코드가 꽉 들어찬 영화다. 사람의 모습을 한 뱀이라는 크리쳐에 뱀파이어의 설정을 끼워넣어 기다린 이빨을 몸 속에 찔러 넣는다는 행위와 상처를 통해 들어간 독을 빨아내는 행위, 그리고 그것에 전염되어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설정들은 다분히 성적이다. 몸 속에 독이 들어가자 펼쳐지는 난교와 집단학살의 환상은 또 어떻고. 게다가 아만다 도노호가 뿜어내는 매력이 보통이 아니다.


멋진 장면들이 많이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이 장면이 발군이다. 댐튼에게 허리를 잘린 후 잘린 두개의 몸이 따로 떨어졌음에도(그것도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대방향으로 말이다) 댐튼을 먹으려고 발버둥치며 영락없이 뱀의 꿈틀거림으로 미친듯한 웨이브를 선보이는 이 장면은 죽음과 이빨을 꽂아넣으려는 에로틱함, 그리고 무작정 들이대는 생짜의 느낌이 살아있어 굉장히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먹이를 갈구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달까. 저 여인의 손동작을 보라. 너무 짧은게 아쉽지만, 멋지다 멋져.

한가지 이 영화는 그냥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굉장히 웃긴 코믹 공포영화다. 킥킥 거릴 요소가 매우 많다. 옛날 영화이므로 시간차이에 의한 유치함에서가 아니라 그냥 웃긴 영화다. 신성모독 같은 거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별거 아니라는 감독의 장난이려나.

제목: 백사의 전설 (The lair of the white worm, 1988)
감독: 켄 러셀
배우: 아만다 도노호, 휴 그랜트, 캐서린 옥센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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