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아임 소리 마마 - 10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황금가지
마음이 없는 타고난 살인자, 양복입은 뱀으로 표현되는 사이코패스란 용어가 있다. 보통 사람과는 DNA부터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고 일반인과 뇌의 활동상태나 신경전달물질 양의 차이로 인해 범죄행위에 대해서 무감각하다는 인간들. 선천적으로 마음의 기형을 타고난 인간들이 저지르는 엽기적인 행위들은 무자비함으로 인해 공포를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타고난'이라는 태생적인 요소로 인해 더 큰 공포를 안겨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살인마와 함께 살아가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악마들과 함께 살아가기도 한다.

아임 소리 마마는 사회가 만들어낸 사이코패스(모순된 말이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여인들은 정말 그렇다)인 괴물같은 여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부모의 존재조차 모르고 태어나면서 부터 사창가에서 온갖 구박과 멸시를 받으며 자라난 아이코. 사창가의 포주였던 왕엄마가 죽어버리자 창녀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아이코는 고아원을 거쳐 사회로 나가지만 어떤 집단에서건 그녀는 차별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차별과 학대 속에서 자연스레 체득한 생존방법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과감하게 죽이고 범죄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며 성욕을 채우기 위해 부랑자와 섹스를 하며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또 살인을 저지르는 반복된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코는 태어나면서 부터 버림을 받은 존재이고 따뜻한 말이나 칭찬 한번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타인에게 기분 나쁜 존재였고 그런 기분 나쁨으로 인해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에서 그녀를 차별하는 인간들 또한 사회적인 약자들이다. 창녀와 부모가 없는 아이들. 그들 모두 다른 누군가로부터 끊임없이 차별을 받아온 대상들이고 자신이 받아온 모욕을 그들보다 더 낮은 위치에 놓여있는 아이코에게 풀어놓는다. 그래서 그런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먹이사슬의 끝에 몰린 인간, 즉 아이코가 살아남는 방법은 범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자신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런 어머니의 자리를 누군가 대신해 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자신이 동경하던 사창가의 에미씨에게 기대곤 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학대 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진짜 생물학적인 어머니로 밝혀졌던 에미씨를 죽이면서 난생처음으로 후회라는 감정을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 섹스를 하는 아이를 그리고 싶었다는 기리노 나쓰오의 말처럼 이 괴물같은 인간 아이코는 그저 어머니의 품에 한번 안기고 싶었던 어린아이가 자본주의 계급사회라는 정글에 버려져 돈이라는 세상이치만을 깨달아 버린 또다른 의미의 늑대소년이 아닐까 하여 정말 서글픈 마음을 자아낸다.

그로테스크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기리노 나쓰오가 그리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계급구조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른 후천적 노력이 아닌,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회적 위치에 따른 약자들이 태생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열등감 속에서 자라나는 악의 묘사는 잔혹함을 넘어서 당혹감마저 들게 하지만 누구나 한번씩은 겪어 봤을 상황들이기에 그녀가 그리는 괴물의 모습은 결국 마지막엔 눈물을 만들어낸다.

아임 소리 마마가 정말 지독한 이야기라는 것은 아이코가 보여주는 무자비함에도 있지만, 자신이 버린 아이가 '아임 소리 마마'라고 그렇게 외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녀를 한번도 안아주지 않은 에미씨에서 기인하지 않나 싶다. 연약한 감수성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을 한번도 내비칠 기회 없이 그저 악의 만을 뿜게 만든 또다른 사이코패스를 만든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그래서 무섭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