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야시 - 10점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노블마인
일본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는 '검은집' 이후로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라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짚어들었다. 하지만 읽기전 한가지 알아두어야할 점은 이 책은 '호러'에 무게중심이 쏠려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재미있고 추천할만한 소설임에는 분명하지만 극의 진행이 매우 서정적이며 관조적이고 담담하기 때문이다.

'야시'에는 두개의 중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년에 호러소설대상을 받은 '야시'와 그 이후의 작품인 '바람의 도시'가 그것이다. 두개의 이야기는 별개의 작품이지만 일상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요괴/신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바람의 도시는 '고도'라는 요괴나 신, 혹은 선택받은 인간만이 지나다닐 수 있는 미로와 같은 길에서 사람이 만나고 이별하는 일을 가슴이 시릴 정도로 쓸쓸하게 그려내고 있고, 야시는 요괴가 장사하는 밤의 시장에서 평범한 돌맹이부터 어린아이, 젊음, 능력, 영웅의 칼, 현자의 돌까지 거래가 되는 기묘한 풍경에서 자신의 감추어진 죄악을 들추어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 속의 호러적인 요소는 '또 다른 세상'의 풍경과 그 속의 요괴, 그리고 낯선 공간에 홀로 남겨져 버린 불안감과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숨겨진 죄악이다. 하지만 첫머리에 밝혔듯이 호러소설이라는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 것은 작가가 이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쓰네가와 고타로가 그리는 또 다른 세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화된 도시와 대립되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있는 세상을 매우 아름답고 우호적이게 표현한다. 비포장도로와 물소가 끄는 달구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영구방랑자 등등. 또 어린아이를 팔아 능력을 사고, 노인이 아이를 상대로 젊음을 교환하고 잔인하게 도끼로 머리를 내려치고, 칼로 머리를 베어버리는 등의 일련의 행위들은 결국 개인의 카르마 혹은 속죄와 연관이 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슬픔의 감정을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호러적이진 않다. 하지만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혼자서 이별의 아픔을 감당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말이지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호러적인 관점에 너무 비중을 두지만 않는다면 쓰네가와 고타로의 '야시'는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야시'보다는 '바람의 도시'를 강추한다. 뭐, 어차피 책 한권에 다 들어있지만 말이다.

일본 호러소설 대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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