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혼자 살 수 없는 종족이다. 혼자살수 없다는 말은 어떤 의미로는 상대방이 존재해야 나의 존재도 입증이 된다는 말일 수 있고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야 내가 사회 속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여고괴담4의 귀신들은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살아있는 자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존재한다. 산 자가 외면하면 귀신도 없어진다. 이런 방식은 믿어야 존재한다는 의미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나의 존재를 인정받아야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내 목소리를 들었을 때 거부반응이 생긴다는 영화 속의 대사는 좀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러니까 이런 세계관 속에서 결국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나의 주장 혹은 의견이 아니라 타인의 가치 규정이다. 그러므로 여고괴담4에는 현대 사회에서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에게 내가 여기있다라고 외쳐야하는 피곤함과 어두컴컴한 학교의 보일러실을 혼자 배회할 수 밖에 없는 외로움이 묻어있다.


인간은 종종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일 것이라고 포장하는 이기적인 마음은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악한 마음을 외면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해도 행위는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자신 속에 있는 악한 모습은 도플갱어처럼 튀어나온다. 진실을 외면한다고 진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돌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게 진실은 거짓으로 포장될 수 있다. 공포영화속에서 피의자의 죄책감은 기억을 왜곡시키고 진실을 외면케하며 스스로를 착한 인간 혹은 피해자로 둔갑시킨다. 그러니까 불확실하고 왜곡된 기억은 스스로를 다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나라는 1인칭 하나만으로 존재하는 나란 결국 거짓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고괴담4의 영언도 마찬가지.

여고괴담4편은 2편 메멘토모리와 유사하게 공포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공포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영화다. 죽어서 목소리만 남아 학교를 부유하는 귀신을 통해 개인이 존재하는 방법을 조곤조곤 말하는 영화는 공포영화로서는 그닥이지만, 드라마로 보자면 그다지 나쁘지도 않다.

덧붙여.
-.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의 이쁜이들이 나오지만 이 중에서 차예련의 서늘한 매력이 일품. 입을 여는 순간 매력이 반감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제목: 여고괴담4: 목소리 (2005)
감독: 최익환
배우: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김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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