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2 - 10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두드림
7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2권은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의 활약이 펼쳐지는 본격추리소설이다. 기존에 동서미스터리 북스에서 출간된 '음울한 짐승'에 수록된 천장위의 산책자 (지붕속의 산책자)와 음울한 짐승 두편을 제외하고 다섯편은 새롭게 선보인 작품이다.

지붕속의 산책자와 음울한 짐승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고, 추리적인 묘미 뿐 아니라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답게 범인이 범접하기 힘든 가학/피학, 관음증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마구 뿜어내는 발군의 소설이고 다시 읽어도 역시 재미있다.

처음 선보인 다섯편의 작품은 자신이 발명한 훔쳐보기 거울 장치를 통해서 우연히 살인을 목격하는 '호반정 살인사건', 집에서 정해놓은 정혼자가 있음에도 그녀가 싫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가 정혼자가 살해당하자 곤경에 처하게 된다는 '악귀', 추리소설 광들이 펼쳐내는 재미가 쏠쏠한 '그는 누구인가', 유부녀와 바람난 사내가 그녀의 남편을 죽이게 되고 내연녀와 함께 살인을 은폐하는 '달과 장갑', 미궁에 빠진 천만엔 강탈 사건을 범인이 직접 편지를 보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호리코시 수사1과장 귀하'가 그것이다.

음울한 짐승의 첫부분을 보면 등장인물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는 두가지 범주로 나누어진다고 란포는 얘기한다. 사건 자체에만 흥미를 갖고 논리적으로 달려드는 작가와 범죄 자체에 흥미를 갖고 범인의 악마적인 심리를 끊임없이 파고들어가는 작가. 아마도 란포는 두 가지 성향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역시 그의 이름이 현재까지도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그가 후자의 성향을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추리/탐정 매니아들의 머리싸움에 논리적인 전개와 구성이 돋보인 그는 누구인가를 제외하면 모든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범인이나 탐정이나 상식적인 범위에서 판단하자면 변태들이기 때문이다. 이중인격자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역할놀이에 빠져버린 사람이나 사랑을 위해 자신의 신체훼손도 불사하는 인간들은 애교로 봐줄 정도고, 거울의 반사와 렌즈의 확대기능을 이용해서 타인의 방을 훔쳐보고 그것을 확대하여 즐기는 관음증의 익스트림이라고 불러도 좋을 비쥬얼을 펼쳐보이는 호반정 살인사건은 한마디로 그 변태적인 상상력에 기가 막힌다.

그러니 탐정으로 등장하는 아케치 고고로도 범인을 밝혀내어 세상을 정화하려 하기보다는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의 풀이 자체에 흥미를 가져 범인을 알고도 경찰에 알리지 않고 끝을 낸다. 물론 그는 이미 범죄의 전모가 파헤쳐진 후 범인들이 심리적으로 자수를 할거란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하지만 그의 소설 어디에도 범인들이 자백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에도가와 전단편집2권은 그것이 본격추리소설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도가와 란포하면 떠오르는 음울, 기괴, 괴기, 가학/피학의 변태성과 그로테스크함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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