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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 매키 감독의 데뷰작인 '메이'는 타인과 소통을 하지 못해 파멸해 가는 여인의 이야기이다. 메이의 어린 시절이 자세하게 묘사되진 않지만 그녀가 사시로 인해 친구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고 부모는 그런 그녀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하기 보다는 감추도록 교육시켰을 거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그녀는 타인과 대화하는 법-누가 알겠느냐만은-을 알지 못한다. 엄마에게 선물받은 기괴한 인형인 수지만이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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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함께 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에 그녀는 매우 순수해 보인다. 홀로 있어야 순수할 수 있다는 기묘한 생각과 함께 그녀의 이런 순수함은 영화속에서 매우 강력한 긴장감으로 나타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스스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남자의 예쁜 손에만 집착(!)하는 심리와 질문과 대답 사이에 오가는 리듬 자체를 모르는 그녀가 하는 대화는 불안감 그 자체이다. 순수하게 너무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순수함만큼 잔혹한 공기를 불어올 수 있다.

메이는 두 명의 친구를 사귄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남자 아담과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레즈비언인 폴리. 그 둘은 모두 메이와 처음 관계를 가지려 할 때 메이가 '나는 좀 이상한 애야'라는 말을 할 때 '나는 이상한 것이 좋아'라는 말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들은 그녀의 이상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남자친구가 좋아할거라 생각해서 키스하다가 입술을 물어뜯는 메이가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이상한 것과 메이가 말하는 이상한 것은 다른 것이다. 메이는 스스로의 별남이 진짜 유별나서가 아니라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무지에 가까운 순진함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타인과 함께 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그녀는 당연히 버림받을 수 밖에 없었고, 그녀는 자신만의 친구를 만들기로 작정한다. 아담의 손과 폴리의 목, 문신이 멋진 거리의 청년의 팔, 폴리 친구의 미끄한 다리를 잘라서 봉제인형을 만든다. 얼굴은 그녀의 인형인 수지로 마무리를 하고. 하지만 결국 시체들의 조합인 amy-may의 변형-는 말을 할 수 없고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없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눈을 빼서 에이미의 얼굴에 붙여준다. 영화의 첫머리에서 가위로 스스로의 눈을 찌르는 강렬함은 마지막의 이 장면에서 급격한 슬픔으로 변모한다. 시체를 사랑하는 네크로맨서들은 모두 외로운 영혼들이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메이역의 안젤라 베티스는 two thums up이고 요즘에는 코믹적인 이미지로 굳어버린 안나 패리스의 연기도 만족스럽다. 매키 감독의 메이는 잔인하고 피가 튀기는 영화이지만 늘어나는 시체의 수만큼 슬픔의 감정도 비례하여 증가하는 그런 영화다.

Plus.
1. 공포영화 광인 남자친구 아담의 방에 걸려있는 영화 포스터는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오페라'다.

2. 메이는 희생자의 집으로 찾아가 시체를 토막낸 뒤 커다란 트렁크 캐리어에 넣고 길거리를 유유히 지나온다. 때마침 할로윈 데이라 사람들은 그녀의 커스튬을 칭찬한다. 코미디와 공포와 멜로는 이 영화에서 이렇게 만난다.

제목: 메이 (May, 2002)
감독: 러키 매키
배우: 안젤라 바티스, 안나 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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