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를 노래로 한다는 자체가 닭살스럽달까... 그냥 뮤지컬이라면 현장감이라는 것이 그런 서먹서먹함을 상쇄시켜주지만, 스크린으로 보는 뮤지컬은 도무지 좋아지지가 않는다. 스위니 토드도 아마 팀버튼과 죠니뎁 그리고 '잔혹한'이라는 키워드가 없었으면 보지 않았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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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영화는 실망스러웠다. 뮤지컬 영화라면 음악이 좋아야할 터인데 도무지 내 귀에는 그저 그런 노래로 밖에는 들리지 않더라. 고로 다소 지루하기도 했고 심심하기도 했다. 잔혹함이라는 측면에서도 초반의 살인뒤에는 거의 동일한 동작과 행동을 반복하는지라 빠져들기 힘들었다. 면도칼은 그 생김새와 빛깔 자체로도 공포감을 자아내기 충분한 무기이고, 면도라는 상황이 인간이 잠자리에 드는 것만큼이나 편안함을 제공하는 시간이기에 이런 시간에 기습적으로 당하는 폭력은 긴장감을 자아내기 충분하지만 그런 긴장감은 이어지지 않고 찰나에 지나가 버린다. 어쩌면 팀버튼이 뮤지컬 원작인 이 영화에서 뮤지컬을 버리고 슬리피 할로우 풍으로 갔더라면 훨씬 좋아하고 열광했을지도 모를일이다. 분노에 찬 눈동자로 면도칼을 들고 있는 죠니뎁, 그 자체로도 이미 명장면이 탄생하니까 말이다.

영화 속의 잔혹함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자신의 청춘과 사랑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인간이 이 정도의 복수를 한다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누군지도 모르는 거대한 힘에 지배당한 인간은 누구나 복수를 꿈꾼다.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았는가. 모래알이나 바위덩어리나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인데 하물며 사랑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만큼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있겠냐. 게다가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사랑을 관철시키기 위해 스위니 토드를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아내와 딸을 빼앗긴 것은 전부가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으며 서로가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 인간을 끔찍한 살해범으로 몰아가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결국 사랑은 사람을 잔혹하게 만든다. 빠져드는 사람도 빠져나오려는 사람도... 스위니 토드의 유일한 미덕은 복수를 향한 마음가짐, 그 우직함 하나가 아닐까 한다. 여기에 어떤 감동 따위도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 점이 좋다.

결국 영화 스위니 토드는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인간의 뜨거운 심장을 지녀 올드보이의 사설감옥에서 청춘을 감금당하고 출소한 뒤 황추생의 팔선반점에 들어가 마음껏 인육파이를 만들어내고 어글리의 사이먼이 그랬듯 면도칼을 들고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며 복수로 인해 파멸해 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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