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그로테스크 - 10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문학사상사

그로테스크 속의 괴물같은 인물들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모두 만들어진 것이다. 돈으로 규정지어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계급의 장벽으로 인해서 조금씩 만들어진 자괴감과 열등감들이 질투를 위시한 자존심과 충돌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타인과의 경계를 만들어서 괴물같은 인간이 된 것이다. 노력만으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점점 더 괴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 고약한 심성을 소유하게 된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과 흡사하여 상당히 씁쓸하게 다가온다.

세상 모두를 상대로 복수하려는 마음을 먹은 가즈에는 자신의 성실함과 우직한 심성이 창녀라는 직업에 잠식되어 가고 돌연 삶의 끝에서 저승사자가 마지막 선물처럼 무심히 던져주고간 다정함이라는 것에 눈물을 흘리면서 결국 자신이 원했던 것은 타인의 작은 온기나 칭찬이었음을 그 먼길을 돌아온 다음에 깨닫는다. 그녀는 인정을 받고자 자신의 재능을 초월하는 노력을 했지만 세상이 만들어 놓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현실과 상상의 균열사이로 계속 침식되어간다. 경쟁을 통해서 이기는 것만 원하는 사회에서 가장 악한 방향으로 인간이 비뚤어질 때의 모습을 섬뜩할 정도의 황폐해진 인간내면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친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들이 세상에 맞서기 위해 만든 무기가 돈이 만들어내는 타락한 세상과 닿을 수 있도록 그 정반대 극한의 악의를 함유한 타락속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무기로 인해 손가락질 받고 괴물처럼 변해가 음습한 골목에서 손님을 잡아 끌고 있는 도깨비같은 그녀들은 어쩌면 나의 열등감이나 혹은 내 친구의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로테스크는 기리노 나쓰오의 모든 소설 중 가장 탁월하고 집요한 심리묘사를 보이는 수작이며 동시에 가장 씁쓸한 작품이기도 하다. 커리어 우먼이 한순간에 창녀가 되버리는 기리노 월드는 자본주의 사회와 가장 비슷하게 보여 언제나 현실에 대한 거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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