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파피용 - 6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지인의 강추로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구는 죽어버리고 그 기술을 발전시킨 인간들도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폭력과 탐욕과 전쟁과 이기심만이 남아버린 작금의 세상. 한 과학자가 더이상 지구에 미래는 없다고 판단을 내린후 광자를 이용한 범선 형태의 우주선-파피용을 만들어 그 안에 십수만명을 싣고 새로운 지구를 찾아 100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우주여행을 시작한다. 정치인과 군인, 종교인이 인류를 망쳐버리는 제1주범이라는 생각에 그들은 단 한명도 태우지 않았지만, 아무리 착한 놈들만 골라도 결국은 인간인 것을.... 파피용의 탑승자들은 새로운 지구를 발굴하기 위한 1000년의 시간동안 우주선 안에서 인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복한다. 범죄가 생겨나고 법령을 만들고 권력자가 태어나고 편을 가르고 전쟁이 일어나고 종교가 기승을 부리고 다시 암흑기가 찾아오고 공포정치에 뒤이은 잠시간의 평화시대. 그리고 또다시 반복.


베르베르의 소설은 '개미' 밖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파피용은 베르베르라는 이름이 선사하는 신선함에는 한참 못 미치는 소설이었다. 지구를 떠나 다시 지구를 찾아나선다는 내용도 그리 낯설지는 않았으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역사도 너무 평범했다. 작가의 주관이 거의 결여되다시피하여 마치 역사책을 다시 한번 짧게 요약한 것 같은 문체는 독자가 무언가를 느끼기엔 너무 부족해 보였다. 중간중간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한 작위적인 설정-특히 고양이를 찾으러가는 부분-은 '이거 뭐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짜증이 나기도 했고...

쉽게 읽혀 술술 넘어가 가볍게 읽기에는 좋겠지만, 기대에 비해 가벼운 듯해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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